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르 코르뷔지에 지음, 최정수 옮김, 한명식 감수 / 안그라픽스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9월 휴가기간에 떠나고 싶은 마음을 책으로나마 달래기 위해 몇 권을 책을 집어들었다. 책으로 떠나는 대리여행이랄까..?

첫 번째 책은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젊은 시절 동유럽쪽을 유랑하며, 기록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고, 두 번째 책은 빌 브라이슨이라는 미국사람이 유럽을 한바퀴 돌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여행기이다. 서로 시기는 다르지만, 두 책 모두 유럽을 여행하며 자신의 시선에서 보고 느낀 내용들 적어내려간 공통점이 있기에 같이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은 빌 브라이슨의 책보다는 약간 딱딱한 필체가 느껴진다.(뭐 어떤 글이든 그의 책에 비하면 딱딱하지 않기 어렵겠지만)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건축계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보니 똑같은 풍경, 건축물을 봐도 보는 깊이가 보통사람보다 훨씬 더 깊은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건축가가 여행을 했는데 풍경에 대한 스케치 한 장 책에 담겨 있지 않은 점이었다. 책 서두에도 분명히 '일기에 여행하며 느낀 인상을 기록하고, 많은 데생도 남긴다. 그는 데생을 하면서 사물을 보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라고 나와있기에 그런 것들을 기대했는데 오로지 글만 있는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 예전에 건축회사에서 일할 때 소장님께서 여행을 좋아하셔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시면서 남긴 기록들과 스케치, 그리고 사진들을 보면서 단순히 비싼 돈을 들여 현재 있는 곳과 다른 모습들을 눈으로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면 여행을 다녀와서 의미도 훨씬 깊고, 건축가로써, 혹은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있어 굉장히 의미있는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구나 싶었다. 1900년대 초 르 코르뷔지에가 여행을 하면서 쌓아온 건축학적, 예술적인 시선들을 이 책을 통해서 살펴보면 그의 건축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발칙한 유럽산책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빌브라이슨이 쓴 책이다. 예전 김영하작가님의 책읽는 시간에서 소개됐을 때 너무 재미있게 들어서 꼭 읽어봐야지 다짐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보게됐다. 여행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가기전에는 신비로움과 흥분, 기대감이 가득하지만 막상 가보면 무조건 좋은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여행객들 뒤통수를 치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 비싼 물가에,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 식당에서 주문하려고 하면 하나도 알지못하는 음식, 막상 시켜보면 이걸 사람이 어떻게 먹나 싶은 것들이 나오고... 물론 이런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면들도 있지만 여행하면서 겪는 사소한 불편함들을 영국식 유머로 재미있게 풀어낸 글들을 보면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책을 읽은 뒤 휴가차 속초에 가기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꼭 외국이 아니더라도, 내가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각들, 생각들, 새로운 것들이 도처에는 널려있지만 그것을 포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외국으로 여행을 나갈 때는 그곳에 나가서 많은 것들을 얻어와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가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얻어오는 것처럼, 평소에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면서 다음에 여행을 정말 떠날때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내가 되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