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건축
이토 도요 지음, 이정환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내일의 건축이라는 제목을 가진 일본건축가가 쓴 글이다. 건축이라는 분야는 참으로 오묘하다. 우리의 실생활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건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느껴지는 거리감이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1년 정도 건축사무소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인턴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나도 조금이나마 건축에 대해서 가까워질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UI, UX 쪽 수업을 듣고 굉장히 흥미를 갖고 있었던 터였고, 시각디자인을 통해서 굉장히 넓은 쪽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었다. 반면, 건축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채로 그냥 토목과 비슷한 분야? 라고만 생각했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 실상 건축이라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건축 즉 무언가 건축물을 짓거나 설계하는 과정, 그리고 그 행위로 지어진 건축물은 찾을 것도 없이 항상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행을 가던지 어딘가를 기념할 때 그러한 건축물들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기억하고, 살아왔다. 그만큼 건축은 오히려 유엑스쪽에서 근본이 될 만큼 사람을 생각하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고려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분야였다. (괜히 건축 관련 학과가 5년제가 아니다.) 

그런데 대학 교육의 실상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면 저자가 꼬집는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듯 싶다. 실제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기반을 두지않는 가상의 공간에 그 작품성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 하는 건축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현상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나도 인도에 있을 적 소장님께 굉장히 화려한 외관을 가진 건축물을 보고 와 정말 멋진 건물이네요! 하면서 감탄했을 때, 소장님께서 그와 반대되는 말씀을 하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건축에 있어 외관적이 화려함이 아닌 건물과 그 주변의 자연환경, 그리고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고려하고 거기에 조미료처럼 자신의 스타일이나 철학이 깃들었을 때 정말 멋진 건축물이라고 하는 말씀을 들었을 때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정신이나 태도를 키워나가기에 건축은 자본주의 논리와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어려운 점들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채 저자는 앞으로의 건축가들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저자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스스로 깨달은 바에 따라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굉장히 독특했던 점 중 하나는 건축학원이라는 개념이었다. 건축학원이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비유하자면 우주모함엔진 제작학원 같은 느낌이랄까? 굉장히 어려운 분야를 누구나 와서 배울 수 있는 학원식으로 운영을 한다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학과정에서 배우는 건축을 학원에서 세션별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건축에 대한 올바른 개념들을 익힐 수 있도록 어린 연령대를 위한 지역학원 같은 개념이었다. 이걸 보니 너무나도 신선했다. 나는 디자인 계열에 있다 보니 항상 디자인과 비교하면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디자인교육을 하는 나잇대가 내려간다는 말을 예전에 들었었다. 그래서 나중에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초등학교 시절에 음악, 미술 같은 분야처럼 디자인이 한 개의 과목이 되어있을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 저자의 꿈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인간이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의식주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건축이라는 분야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이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을 위한, 자연을 위한 건축을 위해 나아간다면 내일의 건축에 대한 장래는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건축계에서 노벨상급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최근에 수상했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한 명의 수상자도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저자가 6번 째 수상자다. 책의 앞부분에 지진과 관련돼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려 건축가 여럿과 그 지역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듣고, 제안하면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모습들을 보며, 아 과연 그럴 수 밖에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츠커상은 단순히 한 건축물을 보고 와.. 이걸 짓다니 이 건축가에게 상을 줘야겠어! 라는 상이 아니다. 그동안 그 건축가가 해온 일생을 평가하면서 그가 이륙한 것들을 꼼꼼히 살펴본 후 받을만한 사람인지를 여러 심사위원이 평가를 해 주는 상인 만큼 건축가에게 이만한 영광인 상이 없다는 말을 예전 과장님께 들었었다. 일본에 있는 수많은 자연재해라는 주변 환경 때문도 있고, 그 때문에 더더욱 그쪽에 신경을 쓰고, 이목이 쏠리는 등 환경적인 이유(마치 진화론처럼)도 있겠지만, 그들의 건축에 대한 태도는 정말 심히 본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건축은 참 가깝고도 먼 듯한 주제다. 하지만, 한 권씩 책을 마음속에 더해갈 때마다 더 알고 싶고, 알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꾸만 다음 책을 찾아보게 된다. 내일의 건축이라는 제목처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환경과 그 안에 어우러지는 건축물들, 그리고 그것을 잘 키워나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 내일의 건축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