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디자인 - 디자이너, 삶의 디자인을 읽다
박현택 지음 / 컬처그라퍼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디자인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새 것 혹은 세련된 무언가라고 느껴진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창작의 행위에 디자인이라는 말을 덧씌우니 왠지 있어보이는 효과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문득 봤었던

 

 

이 유머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쌩쌩한 젊은 느낌의 디자인이 아닌, 오래된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삶의 디자인을 읽다. 라는 부제처럼 박물관에 고이 잠들어 있는 옛것들을 통해서 그 때의 삶을 읽어내려가고, 그 안에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공감이 가고 오래된 디자인이라는 제목에 가장 걸맞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호랑이모양 요강이었다. 옛날 어느 누군가. 그저 나름의 재주를 발휘해 만든 이 요강은 상감청자처럼 장인의 기술과 예리함도 없고, 게다가 그다지 튼튼해보이지도 않고, 그저 모양이 조금 독특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물건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용도로 제작된 이 잡동사니가 오늘날에 와서는 예술품이 된다. 

 

넬슨 굿맨은 예술품과 관련하여 "우리는 어떤 것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예술품이 되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술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하나의 작품이 언제 예술품이 되는가?', 즉 ' 언제 예술인가?'라는 

질문이 더 적절한 것이다. 길가의 돌멩이는 예술품이 아니지만, 미술관에 전시될 떄는 예술품이 된다."고 하였다.

- 오래된디자인 본문, 60 p -

 

작가가 말하는 삶을 위한 예술은 있어도, 예술을 위한 삶을 없다는 말을 보니, 괜스레 내가 작업하는 작업물 하나하나, 나 또한 나름의 솜씨를 가지고 만든 일상용품들이 나의 일상생활 속에서 '멋'있는 정점에 이르러 예술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강과 비슷한 예로 마르셸 뒤샹이 그 당시 미술품 전시에 내놓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작품 '샘'과 비교해서 보자면, 샘은 강하고 인공적인 맛이 나는 조미료같은 느낌이라면, 요강은 주변에 투박한 자연의 재료를 사용해 만든 나물음식이라는 비유가 좋았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존재했으며, 그것은 반드시 디자이너라는 직업군의 역할이 아니었을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거창한 호칭이 아닌 일상적인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느끼고, 다시금 무엇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멋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듯 하다.

 



 

이러한 투박한 느낌의 멋뿐만 아니라, 서양의 황금비례에 버금가는 조형의 미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나온 것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다. 예전에 봤을 때는 집을 그린 투시가 굉장히 이상하게 되어있네? 하는 정도로 생각을 했지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듯이 편집디자인을 배우고 그리드 시스템을 알고난 후 바라본김정희의 세한도는 굉장히 수학적으로 계산된 비율로 그려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대놓고 알려주면 그 안에 담긴 맛이 사라지니 세한도를 감상하시면서 찾아보기를 바란다.

 


 

박물관에서 옛 것들을 바라보며 디자인, 예술이 추구해야할 진정성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을 넌지시 집어주는 고마운 책. 오래된 디자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