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디자인
김상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착한디자인. 예전에 한창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어야하는가? 고민을 하면서 결국 어떤 직업을 택하든 내 인생 한번 살아가면서 무언가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정의로운 시민의 한 사람인양 착한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을 했고, 그러한 것들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세상을 좀 더 편하게 만들고픈 착한디자이너'

 

이렇게 예전에 산돌관련 포스팅을 할 때 내 서명이랍시고, 이런식으로 나를 어필했었다. 그 때 당시 내가 생각했을 때는 디자인이라는 결국 본질적인 것은 사람의 생활을 편하도록 도와주는 방법들 중 하나라고 여겼다. 디자인의 요소에도 이런 것이 있지 않은가?  적합성, 심미성, 경제성, 독창성, 안전성들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공부하고 있는 시각디자인을 통해서는 어떻게 이런 것들이 가장 가깝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거의 모든 것이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타이포그래피 역시 사람들이 쉽게 내용을 인지하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의 일부이고, UI / UX디자인은 사람의 움직임, 심리들을 잘 알고서 그에 따른 디자인을 하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만 착한디자이너가 아니라 모두가 착한디자이너라는 것이었다. 별다른 특색이 없었다. 마치 디자이너의 기본조건인 것 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착하다" 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착하다 [차카다] : [형용사]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단순하게, 이러한 사전적 의미로만 쓰이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몸매가 멋진 여성을 보고 흔히 착하다라고 일컫는 요즘 언어습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약간의 혼란에 빠진 나에게 다가온 책이 바로 이 '착한디자인'이라는 책이었다. 새하얀 바탕에 흐뭇하게 땡글떙글한 눈을 떠가며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입은 음흉하게도 벌겋게도 쩌억 벌어져 있는 녀석을 보니, '착한'이라는 형용사 뒤에 숨어있는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는 듯 했다. 가장 먼저 책을 만지고, 펼쳐보고, 바라보면서 느꼈던 점은. 착한디자인이라는 바탕으로 만들어졌구나 라고 느꼈다. 따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종이 질 또한 그리 좋지 않은 재생지 같은 느낌으로 제작되었고(그 때문에 상당히 가벼웠다) 한페이지에 들어가는 문장도 상당히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책에서 초반에 꼬집는 내용.
착한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 의미. 디자인생산자에게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수용자에게는 디자인을 다룩 쉽게 만드는 조련의 의미.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것보다 한창 예전부터 거론되오던 문제. 디자이너로서의 윤리문제 이렇게 내가 어렴풋이 가져온 착한 디자인이라는 것에서 그 근원이 어디서 출발했고, 현재 그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을 찾아 그들이 왜 활동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어떤것인지 알아보고, 우리가 생각했던 착한디자인에 대해 비평적인 시각으로 풀어보면서, 단순하게 착한디자인이라 통해왔던 분야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해보고자 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기술이 발전해가면서 그에 따라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책임같은 것들이 변화되는 과정. 예를 들면 책에서 나왔던 것처럼 레이첼 카슨이 자연보호를 위해 애를 쓸 때, 그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이던 정부의 태도가 지금와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국 세상이 돌아가는 논리는 이익이고, 그들이 이끌어 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날 디자인 분야에서 환경 문제를 다루는 태도는 레이첼 카슨이 고군부투하던 맥락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그러나 그만큼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거나 기업과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98p 본문 중

 

"정직함, 진성성 등 착하다고 평가되는 가치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성공한 기업일 경우메나 조명을 받게 된다. 거꾸로 말해서 성공했기 때문에 그 기업이 지켜온 가치가 더 소중해 보이는 것이다.", " 최근에는 도덕적인 논리가 소비를 설득한 매력적인 논리로 잘 맞아떨어졌지만, 기업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또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  108p 본문 중

 

넓게 생각하려면 무엇보다 전문가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부분에 치중하지 말고 늘 전체를 보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버크민스터 풀러가 말한 것처럼 단순하게 흘러가는 흐름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스스로도 현재 왜 우리가 이러한 방식의 사고를 가지게 됐는지 전체적인 맥락적 흐름으로써 우리가 하고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다시 재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책에서 말한다. 글 초반에 내가 적어놓았던 것처럼 사회적 맥락을 알지 못한채 어느 일면만을 보고 섵불리 생각하고 나아가려 한다면 그 일이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으나,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지도 모르게 된다. 

 

'착하다'와 '디자인'에서 시작된 글이었지만, 어느 이 분야뿐만이겠는가? 언제나 깊은 통찰력과 한쪽 날개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된 시각속에서 세상을 바르게 보고 그 안에서 스스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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