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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 ㅣ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뉴욕에 사는 사람은 뉴욕커라는 말이 있는데, 런던에 사는 사람은 런더너? 일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한 마음에 런던디자인산책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비 내리는 런던으로 책의 시작을 촉촉히 알린다.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영국사람들은 우산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몸 전체를 가리기도 어렵고, 바람에 잘 망가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에 있을때도 가랑비가 내리는 날에 우산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한국학생이었는데, 우리와는 다르게 외국친구들은 금방 그칠건데 왜 자질구래하기 우산을 가지고 다니나? 후드쓰면 되는데 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작년 크로스컬추얼작품에서는 도롱이라는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서 비가 자주 오는 영국에 적용한 작품이 있었는데 컨셉은 재미있고, 실제로도 유용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일상생활에 적용해보려하면 오히려 자질구래해져서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옛것의 가치를 재탐색하고 확장 가능성을 연구해 쓸모를 생산하는 것은 런던 디자인 특유의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과거의 유산이 투영되지 않은 미래는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런던디자인산책, 77p
이 문장이 현재 진행중인 크로스컬추얼디자인의 핵심문구라고 생각이 들었다. 초기에 많이 저질렀던 실수가 영국과 한국의 문화를 융합해서 기존에 바라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찾아내려한다고 원래 쓰이는 물품에 단순히 한국의 것들을 적용해서 진행하는 것은 단순한 콤비네이션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치탐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참 말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예전의 것들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렌즈라는 도구를 통해서 포커스를 좁혀 살펴보고,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양한 아이디어 재생산과정을 거친 뒤에 여러가지로 적용해보는 방법론인데, 재미있지만 어쩌면 막막하기도 한 그러한 방법이다. 조셉조셉의 주방기구를 예로 들어 역으로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는 러시아 인형인 마뜨료쉬카를 통해서 이러한 작업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현재 속해있는 멤버십에서 광주비엔날레 준비하는 것을 보면 이번 주제는 업사이클링이었는데, 프라이탁 말고도 다양한 브랜드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제작방식을 고수하는 브랜드들이 영국에 즐비해있었다. clarks신발이라던지 worn again, esther coombs같은 개인브랜드도 있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을 만난 느낌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까닭일까? 런던은 참 부러운 도시다. 하루에 하나씩 간다고해도 6년이 넘게 걸리는 무지막지한 영국내 박물관의 숫자며, 역사가 곳곳에 배어있는 거리들, 그리고 유럽이라는 위치상의 장점 등, 책을 읽고나니 몇년동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굉장히 부러웠던 것이 국가에서 완전 공식적인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피티를 인정하고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자유롭게 그래피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므로써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공식적인 축제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고등학교때 그래피티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몰래 담벼락을 찾아서 누가 올까 마음졸이며 그림을 그리고 도망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그때는 그런게 낭만이고 재미였지만, 그렇게 음지에서 활동하기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활동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장소도 장소지만, 우리나라 락카는 너무나 빈약했다. 흑흑. 국내 브랜드 중에서 이름이 비슷비슷한데 받침없는 거였던가 그게 노즐이 좋아서 그것만 썼었는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그래피티용 스프레이도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외국은 이미 그러고 있었다는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런던디자인산책이라고 하길래 조금 진지한 내용을 생각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팔랑팔랑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차곡차곡 쌓여진 런던이라는 도시의 내공을 산책하 듯 맛보기에는 괜찮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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