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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지음, 차미례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빨간책방을 들으면서 적임자, 흑임자님들께서 너무나도 추천해주신 책이라 팟캐스트 방송을 듣자마자 바로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을 해보고, 행여나 누가 빌려갈까 하는 마음에 대출신청까지 해놓은 후에 빌려서 읽게되었다.
세계대전중에 있었던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대학살. 홀로코스트. 이러한 지옥과도 같은 공간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들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그러한 상황들을 극복해냈는지를 알 수 있다. 살아남는다는 것. 어쩌면 사람의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어서 요즘에는 경시되고는 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쉽게 이기적이 되는 이유가 아닐까? 현재를 살아가고자하는 것보다 미래에 어떤 것이 되고자 삶을 이어가는 세태들 속에 이 책은 우리들에게 지옥과 같은 경험들을 통해 되려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제시한다.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책을 이야기 하다가 뜬금없지만, 나는 미국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보았던 워킹데드 시리즈를 보면서 "내가 만약 저 상황 속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해본 적이 굉장히 많았다. 주인공처럼 모두를 위한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대립되는 인물처럼 이처럼 극한 상황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윤리들은 당분간 잊고 생존에 집중하는 것이 그 순간 부도덕적이며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맞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들을 해봤었다. 이러한 극한 상황(워킹데드나 다른 좀비영화에서 처한 현실이나 2차대전의 홀로코스트와 같은 대학살극)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욕구를 끌어내게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허구의 내용이고, 또한 그러한 갈등의 심리상태를 주제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질문만을 던지지 정답을 또렷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거기에 따른 답을 찾아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자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참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다.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건 아무것도 아니고 진짜 참는 것도 아니라는 주문' 내게 어떤 힘든 일들이 닥치더라도 그들이 겪은 고초에 비할 수 있을까? 살아있다는 것, 한 치 앞이 보이지않는 벼랑끝에서도 언제나 희망은 있다는 사실 속에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 내게 직면한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고, 내 자신을 적응시켜나가는 것. 어쩌면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일일지도 모르지만, 아우슈비츠라는 극한 상황이 더욱 더 그 의미를 진하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수용소의 수감자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희망없는 고통과 시련이 반복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은 수용소에 갇힌 초기에 사람을 절망감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변에 무관심해지고, 절망속에서 살아가다가 수용소에 도착한 뒤 몇일내에 수천명이 죽는다. 자아붕괴후에 이루어지는 자아의 재통합과 정신력의 회복의 단계까지 오게되는 일련의 시간들이 사람들에게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회복하게 한다.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긍정적인 촉매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이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자각은 삶을 향한 강력한 관심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살시도를 해서 실패하는 과정에서, 또는 다른 사람이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면서 죽아가는 것을 보고 살아가야할 목적을 다시금 재정립하게 한다.
"인간의 정신은 죽음에 맞설 때면 삶이 되고, 삶에 맞설 때는 죽음이 된다." -Octavio Paz
생존이라는 인류의 궁극적인 목적이면서 기본인 조건에 대해 다시금 스스로 정리 할 수 있게 되고, 내게 주어진 조건속에서 어떠한 처신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타인을 대할 때 선의 기준에 따른 나의 행동들, 그리고 희망을 갖되 담담하게 주어진 것을 토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던 책이다. 어떠한 자기계발서에서 우리들을 가리키면 말들과는 달리, 고통의 역사속에 실제했던 수많은 사건들과 그들을 통한 증언들을 통해 어떠한 다른 책보다도 깊은 삶에 대한 통찰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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