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김지룡.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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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에는 아젠다셋팅을 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어려워 외도를 하듯, 도중에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사물의 민낯이라는 책이다. 


겉표지에서 느껴지는 정갈한 느낌과 민낯이라는 단어가 마치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에 나오는 세수한 20대 청년의 얼굴과 같은 젊은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사물의 민낯의 유연한 흐름의 타잎페이스 역시 잘 어울렸다.


우리가 흔히들 사용하는 잡동사니들이 어떠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만들어졌고, 그것이 사회에 미친 영향들에 대해서 주로 서술된 책인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들도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내게는 생선회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회를 싫어했었다. 으으.. 입안에 생선의 생살이 들어가 있을 때 녹아드는 식감이랄까?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께서 갓 잡아올린 생선(이름은 모른다. 엄청나게 컸는데)을 식탁위에 올려놓고 곧바로 회를 떠주셨는데. 오마이갓. 내가 왜. 여태껏 요걸 몰랐지? 하며 그 커다란 녀석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던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니 그 경험들이 주르륵 설명이 되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는 참말 한국인 체질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 이유인즉슨 한국과 일본의 위치에 따른 차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생선이 싱싱해야 맛이 있다는 활어회 식문화를 가지고 있고, 일본은 죽은 뒤 몇일이 지나도 맛있다는 선어회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은 태평양과 붙어있기 때문에 참치와 같은 방어 같은 회유성 어종들이 몰려든다. 이 녀석들은 성격이 급해서 좁은 수조에 들어가 있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신선도 유지를 위해 잡은 뒤 바로 피를 뽑아 선도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고, 한국은 일본 열도가 외해를 막아선 상태이기 때문에 회유성 어종보다는 근해의 정착성 어종 위주로 고기를 잡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는 미각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쫄깃하고 단단한 육질, 즉 식감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식감을 좋게 하려면 생선이 싱싱해야 하는데 그 때문에 갓 잡아올린 활어가 필요하다. 반면, 일본은 달달하면서 살살 녹는 맛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선어를 초밥에 사용해 먹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생선회 하나만을 봐도 그 나라의 지리, 유통구조, 음식, 미각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 책에 나오는 다른 수많은 물건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들을 보고 난 이후에는 아마 근처에 있는 다른 물품들 또한 어떻게 생겨났고, 이것이 다른 나라의 문화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등등 질문들이 스스로 줄지어 나오면서 상식과 더불어 인류학적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맨 뒤쪽에 나와 있는 추천도서에서 딴짓의 재발견과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또한, 역시 재미있을 것만 같다. 갈릴레오 SNC와 김지룡씨에 대해서도 한번 간략하게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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