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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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름'으로 시작해서  '모름'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곤 한다.

모르는 것, 그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삶은 그런 것이다.

그러기에 삶은 앎이 되려고 무진 애를 쓴다. 삶이란 모르는 걸 하나 하나 알아나가는 과정이다.

제목처럼 저자가  앎의 길을 가는 가운데 함께 가는 이는 바로 '책'이다.

 

[독서] 라는 이 책은 두 개의 part 로 나뉜다.

1. 책, 내게로 오다. 에서는 고전읽기와 낭독의 즐거움, 유년시절에서 노년에 접어 든 자신의 책읽기에 몰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2. 읽기의 소유욕. 에서는 앞의 part 와는 달리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읽기를 갈망한다.

    독서의 요령, 독서를 통한 카타르시스의 발견, 장르읽기, 저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버린 작품들의 이야기.

 

책을 읽어나가면서 "참 운 좋은 사람이다." 라고 느꼈다.

그 시절 대학까지 나온 것을 보면서 당연히 남들과 다를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읽어내려갔다.

읽기가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단언하는 그에게 현실은 일제강점기, 남북분단에 이은 6.25전쟁 등 그 사랑과 멀어질 이유가

너무나 절대적이었음에도 그는 자신의 사랑을 지켜나간다.

단순히 읽기에서 부터 웃음 읽기, 눈물 읽기를 거쳐 운명을 가장한 우연으로 그에게 '독서의 열망'을

지켜나가게 하는 책들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진다.

운이 좋게도.. 라는 나의 생각이 점점 절실한 그의 책 읽기와 만나는 순간 부족한 나의 판단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글자 하나하나를 읽어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마다 저자는 읽는 날 친절하게도 배려해주었다.

 

돌려읽기 즉, 빌려읽기를 끝낸 뒤 뒤에 낙서를 하면서 시작된 소설이 맺어준 사랑.

지금의 용어로 치면 서로 덧글로 인해 찾아 왔던 그시절의 첫사랑.

얼굴 한 번 못보고 끝나고 말았던 사랑에 중매꾼이었던 책의 큐피드 화살의 위력이 부족했단 그의 글을 읽으며

부끄러운 내 마음을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고등학교때 받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를 서른을 앞두고서야 일고 난 뒤 어떤 느낌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저자의 유쾌한 결론은 내 고민을 단번에 없애 주었다. 그 해결은 다음과 같다.

과정만 귀하고 결과에는 관심이 없는, 그 절대의 자유!

이것도 노인이 누리는 노련미라고 여기고 싶다. 그리고 나의 책 읽기도 그러기를 바란다.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를 물을 것 없이 다만 읽는 일, 그 자체가 유일한 보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빈다.

 

내게 이 책의 많은 장점들은 이런 부분들이었다.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긁어주기도 하고, 읽고 싶었지만 꺼려지는 책들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예를 들면, 릴케,도스토예프스키,키케로,단테,파우스트 등 이름만 들어도 부담스러운 이들의 책에 대해

읽어보고 싶다라는 충동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와 함께가 되어버린 책 중에서 나도 사랑해보고 픈 책들이 생겼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 전기], 체호프의 [내기]이다.

 

그 중, 체호프의 [내기] 를 읽고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자유를 빼앗겨보지 않으면 자유의 소중함을 알 수 없다. 자유란 게 공기와 같아서 마음껏 향유하고 있을 때는 그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유를 빼앗기면 삶 그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 더 이상 삶은 인간의 삶이 아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에 자유를 인간의 가치를 팔아넘기지 않은 변호사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서야 말이다.

"금방 사서 펴든 새 책에서는 갓 핀 장미의 향이 난다. 오래오래 읽고 묵힌 책에서는 폴폴 정의 냄새가 끼친다."

이 처럼 책의 아름다움을 가장 알맞게 표현했던 것을 난 아직 본 적이 없다.

 

식민지와 전쟁을 치른 세대들인 저자는 그들을 대표해서 우리들에게 주는 메세지까지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나아가 자연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자유는 영원하지 않지 않다는 것까지 나는 느껴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나오는.. 그가 설명해주는 책의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고 싶다.

책을 덮는 순간 이 책과의 만남은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다. must be.

 

나도 언젠가 자신있게 그처럼 "책 읽는 쾌락주의자"가 되자고 외쳐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웃음이 없는 요즘 사회에서 저자의 책 본문 중 알려주고 싶은 메세지를 끝으로 부끄러움과 간절함의 공존속에서

허우적거렸던 이 책과의 만남을 마무리한다.

 

"한국인은 대체로 웃음에 인색하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어나 문학 교과서에 여전히 웃음 흉년은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여간 딱한 일이 아니다. 정히 그렇다면 하루 빨리 교과서들이 웃음으로 왁자지껄해지길

간절하게 빌어본다.  아이들의 '웃음 읽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머리도 덜 돌아가고 그 회전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지능지수도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웃음 읽기]는 인류의 지능 발달에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감정을 풍요롭게 하고 감각을 날카롭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신경 조직도 더더욱 단단해지고 민감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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