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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평점 :

177. 영미소설/데카메론 프로젝트/마거릿 애트우드 외 28인. 202107. p364
: 2020년 1월, 처음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만삭 임산부였던 나는 산부인과에 산모만 출입할 수 있다고 하여 남편은 차에서 기다리고
나만 진료를 받고 초음파를 보고.. 조리원에서도 남편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여 양가 부모님은
첫 손주를 생후 한 달이 다 되어서야 겨우 볼 수 있으셨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2020년 3월, 갑자기 14세기에 쓰인, '흑사병이 피렌체를 황폐화시키고 있을 때 그 도시 밖으로 피신한
열 명의 젊은이가 서로를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액자소설 형태로 모은 선집 <데카메론>'이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에서 '격리 중에 쓰인 신작 단편소설을 모아 우리 시대의 <데카메론>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단편들을 모아 만든 책이 바로 이 책, 데카메론 프로젝트다.
최고의 소설은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리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p10)
벌써 1년 하고도 반년이 더 지난 현 시점에서 이 소설을 만나게 되었고...
29인의 작가 중 이름이 낯익거나 내가 작품을 읽어본 저자는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됐기에
호기심과 설렘 반, 내 취향과 맞지 않으면 어쩌나, 지루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 반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은... 읽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그동안 몰랐던 주옥같은 작가들을
이 한 권으로 잔뜩! 만나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기쁜 마음이 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이 팬데믹으로 고립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었더랬다.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그것은 새로운 세계 전체가, 직접 침범되지 않은 모든 이들이 함께하고 있는 팀워크다.
그것은 마라톤이 될 것이다. 이 고립이 될 것이다.
그러나 팀이 해낼 수 있는, 인간들이 빌어먹을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p85-86, <더 팀> 토미 오렌지)
조금은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만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해 다시 하루 확진자가 무려 1,300명이 넘어
결국 내일부터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다고 하는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답답하고 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 또한 끝이 올 거고
우리는 무사히 버티고 넘겨낼 거라는 위안과 희망을, 공감과 위로를 안겨주는 책이었다 :)
+) 특히 기억에 남는 단편들
<임상기록> 리즈 무어 : 이 팬데믹 시대에는 열이 나는 순간 정말 초조해진다.
특히 아가들마저 열이 나면 코로나 진단부터 해야한다고 하던데.. 그 모습을 잘 보여줘서 공감이 많이 갔었던.
<돌멩이> 레일라 슬리마니 : 누군가 그의 얼굴에 돌멩이를 던졌다.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마거릿 애트우드 : 그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를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목련 나무 아래> 이윤 리 : 가장 진부한 말이지만, 이런 순간 마땅한 말이란 없다.
그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빨간 가방을 든 여인> 레이철 쿠시너 : 액자소설 형식의 단편소설. 흥미진진했다.
<바란다고 해서> 데이비드 미첼 :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저자! 역시나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