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65. 영미에세이,회고록/서점 일기/숀 비텔. 20210215-18. p444 [몽실 독서마라톤 기록: 4,746m]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서관과 서점이 배경인 책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 수 있긴 하지만ㅋㅋㅋㅋ 일단 나에게는 제목부터 표지까지 뭔가 흥미를 자극했던 책이다.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위치한, 크고 작은 서점과 서점 주인들의 공동체로 이루어진 '북타운' 위그타운에 자리한,

책장 길이가 약 2킬로미터에 10만 권 이상 도서를 보유 중인,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멋진 서점' 3위로 뽑힌

중고 서점 '더 북숍'. 2001년에 이 서점을 인수한 저자 숀 비텔이 2014년 2월부터 1년간 서점에서 일하며

황당한 일을 겪을 때마다 적은 메모들을 엮어 만든 게 바로 이 책이다.

며칠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작성한 일기는 그 날의 온라인 주문 권수, 찾은 책 권수부터 시작해서

그 날의 오프라인 매출과 책을 사건 손님 명수까지 기록이 되어있기에 서점을 드나들며 한 번쯤 궁금했었던,

과연 서점에는 하루에 손님이 몇 명쯤 오고 얼마쯤 팔릴까? 를 엿볼 수 있었던. 적은 날은 정말 생각보다도 더 적었고

서점 매출이 학교 방학 기간마다 기복이 심하다는 걸 알게되고 서점 운영이 정말 녹록치 않구나, 라는 생각과

도서관도 방학만 되면 이용자 수가 확 늘어났는데, 요런 점은 비슷하구나 싶기도 했다.

일기를 읽으며 서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엿볼 수 있었다. 고인 유품 중 책을 정리하러 가기도 하고 (<이별의 수법>이 떠올랐다) 중고서점이기에 희귀한 고서도 다루고 서적상들과 거래도 하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떠올랐다).

요즘 작은 동네 서점들에선 연회비를 내면 매달 랜덤으로 책을 받아볼 수 있는 맞춤형 큐레이팅을 해주던데

더북숍 역시 '랜덤북 클럽'을 운영하고 있고 이 덕분에 출판업계의 불황기를 겨우 헤쳐올 수 있었다는 글을 읽었다.

사실 랜덤으로 받게 되면 내 취향과는 다른 책을 만날 확률이 꽤 높기에 한 두번 겪어보고 이건 나랑 맞지 않는구나..

싶어서 더는 신청을 안 했었는데 흠, 동네 책방을 응원하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서적상은 책을 잘 모른다. 그들이 업계지에 올린 찾고 있는 책의 정보를 보면 대충 그 수준이 보인다.

보즈웰의 <쇠퇴와 타락>을 찾는다는 광고나 T.S. 엘리엇의 <플로스 강변의 물방앗간>을 구한다는 광고

둘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볼 수 있을 정도다. - 조지 오웰, <서점의 추억들>

오웰이 살던 시대에는 서적상이 저자와 책이 제목을 헷갈렸다면 요즘에는 손님들이 그렇다.

손님이 올더스 헉슬리의 <1984>가 있는지 물어본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헬렌 필딩의 <톰 존스>를 찾았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 숀 비텔, <서점 일기> (p341)

항상 한 달을 시작하며 조지 오웰의 글을 발췌하고 그 아래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데 그걸 읽는 재미도 쏠쏠했던 책.

주인장도 특이하지만 직원과 알바생은 더더욱 특이했다. 특히 규칙이고 뭐고 자기 하고싶은 대로만 행동하는 니키는

정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는 특이한 인물상을 보여줘서 처음엔 아이고 사장님 힘드시겠다, 싶었지만 점점

니키의 매력에 빠져 나중에는 니키의 매력(?)때문에 사장님과 니키가 티키타카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었던.

중고책들을 보며 불쏘시개로 쓰기 딱 좋겠다며 모닥불 언제 피우냐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는 손님, 책을 떨어뜨려

한 귀퉁이가 찌그러지게 해놓고선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리는 손님 등 여러 진상들이 방문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빨강머리 덩치(니키의 표현에 따르면ㅋㅋ)는 기죽지 않는다.

싸게 붙인 책값을 비싸다며 안 사가자 그 손님이 다시 올 거라 예상하고 가격을 올려버리기도 하고

페이스북에 이러한 내용을 박제해버리기도 하고 킨들을 산탄총으로 쏴버려 산산조각 내고 그걸 전시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 내용에 대단하다 싶기도 했고(ㅋㅋ)

엄마 생일 선물을 사고 싶다며 4파운드를 가져와 책을 골라달라고 한 5살 남자아이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소소한 일 덕분에 그래도 중고 서점을 운영할 힘이 나는게 아닐까 했다.

다 읽고 나니 최근 읽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읽었던 서점 관련 문장이 생각나 발췌해본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박봉인 서점에서 일할 리가 없고, 제정신이 박힌 주인이라면 서점을 운영할 리가 없죠.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 책과 책 읽는 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일 거예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p28)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고요해 보이던 서점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던, 위그타운의 더북숍을 직접 가보긴 힘들테지만

더북숍과 우리 주변의 작은 동네 책방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던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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