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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ㅣ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평점 :

59. 한국소설/겨울장면/김엄지. 20210208. p176. [몽실 독서마라톤 기록: 2,106m]
: 작년부터 기회가 된다면 한국 소설을 많이 읽겠다는 다짐을 했더랬다.
그래서 재작년에 비해 작년에 한국소설을 배로 읽었고. 올해도 변함없이 도전 중이다 :)
그렇기에 몽실서평단에 요 책이 올라왔을 땐 신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표지가 컬러풀하고 뭔가 구도가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의 초현실주의 그림이 떠오르기도 해서 더 눈이 가기도 했고
특히 최근에 읽은 <붕대감기>와 같은 '소설, 향' 시리즈 였기에 더더욱.
작가정신 '소설, 향'은 1998년 첫선을 보인 '소설향'을 리뉴얼해 선보이는 중편소설 시리즈로
지금까지 총 4권이 출간 되었다. <붕대감기>가 2번째, 그리고 이 책이 4번째 시리즈다.
8개월 전, 5미터 밑으로 추락한 R은 그로 인해 자신의 기억을, 어떤 걸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잃어버리고 만다.
아내의 목 뒤에 원래 저 점이 있었는지, 상사의 성이 박인지 정인지 아님 다른 것인지 조차 기억을 못하게 되는데..
R의 생각은 과거와 현재를, 현실과 망상을, 기억과 망각을 뒤죽박죽 떠돌아다니며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굉장히 얇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의 호흡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난해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그래서 R은 어떻게 된 거지, 아내는 어디로 간 거지..
이제 정말 현실은 맞는지, 아님 그냥 상상일 뿐인지... 얇고 짧기에 금방 다 읽긴 했지만
아무래도 다시 한 번 더 읽고 곱씹어봐야할 것 같았던. 마치 이상의 시를 읽는 것만 같았달까..
소설 뿐만 아니라 뒤에 짧게 실린 에세이마저 난해하다는 느낌을 줬던 책. 작가의 해설이 간절하기는 또 처음이었다..
책 소개를 찾아보니 저자 특유의 작품 세계 자체가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포착됨을 거부하는 문체와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서사' 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렇게 난해하게만 느껴졌나보다. 어렵다 어려워...
수록된 에세이 마지막, '정말로 쓰고 싶은 말들은 단 한 글자도 쓰지 않을 것이다.'(p174)로 쐐기를 박듯이,
저자의 스타일을, 난 이런 사람이고 이런 글을 써! 라며 아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알려주는 것 같았던 작품이었다..
+) 책 속에서
좀 내려놓으세요.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보세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겁니다. (p65-66)
다친 다리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는 의사의 말이 그저 다친 다리가 낫는 것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우리네 삶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서, 괜히 와 닿아서 기록해두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