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6. 일본소설/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사쿠라기 시노. 20210112-14. p280

: 작년 말 예판으로 구매했던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처음 들어보는 저자의 처음 접하는 책이었기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벌이가 없는 영사기사로 일하며 틈틈히 각본을 쓰고 있는 노부요시는 간호사로 일하는 아내 사유미와 둘이 살고 있다.

외동 아들인 노부요시는 반년 째 매주 일요일마다 어머니 데루의 전화를 받고

월요일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삿포로 인근 백화점에서 메밀국수를 먹고 병원에 다녀온다.

여느 때와 똑같았던 월요일, 항상 먹던 메밀국수가 아니라 뜬금없이 장어덮밥이 먹고 싶다고 하는 데루의 말에

돈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데루는 "언젠간 먹고 싶었단다." 라며 가게에 들어가버리고,

결국 어머니가 사주는 장어덮밥을 같이 먹고 나온다. 그리고 그 주 일요일 시어머니의 전화가 오지 않아

걱정하는 사유미 옆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화요일 아침, 전화로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되는데....

어머니가 장어 덮밥이 먹고싶다고 하는 말에도 "나, 장어 살 돈 없는데."라고 말하는 노부요시....

출간 전 연재로 이 내용을 볼 때는 뭔가 답답하기도 하고 속상하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뒷 내용이 무척 궁금했었다.

노부요시는 왜 그렇게 기가 죽어있는지, 왜 데루랑 사이가 삐걱거렸던 건지,

왜 계속 벌이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일을 구하지 않고 멈춰 있는 것인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아내에게 오지 말라고 하고 자신도 별반 슬퍼보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지 등등.

노부요시 시점으로만 전개될 줄 알았는데 사유미 시점으로도 전개가 되기에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에게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이 되었지만요."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직업은 없다고 생각해요."

"글쎄, 정말 그럴까요?"

"왜냐하면 다들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영화 팬들이잖아요.

좋아하는 길에는 반드시 앞날이 마련되어 있다고 믿어요. 최근 들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p93)

"남편하고 실컷 싸워 봐야 해."

"부부 싸움이요?"

"그래, 부부 싸움. 이유 있는 싸움을 많이 해 봤으면 좋겠어. 말다툼이 필요한데도 피하기만 해서는 이로울 것이 없거든.

남자와 여자는 이유를 알고 타협점이 정해진 싸움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고 생각해." (p116)

석 달에 한 편씩, 총 열 편의 이야기를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완성했다는 책.

그래서 그런지 한 편 한 편이 잔잔한, 차분한 느낌이랄까? 아, 사쿠라기 시노는 이런 느낌의 이야기를 쓰는구나 싶었다.

24년간 불륜이었던, 같이 일했던 동료의 조언?으로 속으로만 삭히고 끙끙앓던 사유미가 노부요시에게

처음으로 진지하게 '다카타 히로코'에 대해서 묻는 장면은 뭔가 엄마 미소가 지어졌더랬다.

차분하고 조용한 것 같았던 둘이 급 존댓말을 사용하며 (ㅋㅋ) 미묘한 긴장감이 서린 핑퐁 대화가 재밌게 느껴졌달까.

역시, 이유 있는 싸움은 필요하다! (물론 둘의 이 장면은 그닥 싸움 같지도 않았지만....)

이 외에도 왜 어머니가 자꾸 식료품을 잔뜩 사서 냉동실에 썩혀두는지에 대한 이유 (p132-133)

사유미가 추측하는 장면과 싱크대 문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잔잔한, 고요한,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중간 중간 임팩트를 주기에

지루하지도 않았고 다 읽고나니 포근한 여운이 남았던. 사쿠라기 시노의 또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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