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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에우제니오 카르미 그림, 김운찬 옮김 / 꿈꾸다 / 2020년 12월
평점 :

264. 이탈리아소설/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움베르토 에코. 20210105. p116
: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장미의 이름>으로 처음 접했던,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지구인'들을 위해 남겼다는
세 편의 우화 형식의 이야기라는 말에 읽어보게 된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 폭탄과 장군
원자들이 함께 사이좋게 지내면 놀랍게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조화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잘 살아갑니다. 하지만 원자 하나가 부서지게 되면... (p14)
옛날에 폭탄 안에 갇힌 '아토모'라는 원자와 나쁜 장군이 살고 있었다.
나쁜 장군은 전쟁을 일으켜 유명해지고자 폭탄을 잔뜩 모았고 전쟁이 일어나길 원치 않았던 원자들은
장군에게 대항하고자 몰래 폭탄에서 빠져나와 숨어버렸다. 그 사실을 몰랐던 장군은 모든 도시에 폭탄을 떨어뜨렸고
사람들은 진작 폭탄을 만들었어야 했어! 라며 겁에 질렸지만 이미 텅 비어있던 폭탄은 하나도 터지질 않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폭탄이 없어야 세상이 훨씬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두 번째 이야기 :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다들 보았지요? 저 괴물이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우리처럼 동물도 사랑하고 눈물도 흘려요.
마음도 있고, 틀림없이 생각할 줄도 알 겁니다. 그런데도 죽여야 할까요?" (p72)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나 점점 비좁아진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별들을 정복하고 싶었던 지구인들은 용감한 사람들을 뽑아 우주인으로서 우주를 탐험하러 떠나기로 한다.
드디어 미국인, 러시아인, 중국인 세 사람이 각자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 화성에 도착한다.
처음에는 서로를 싫어하고 믿지 못 했던 이들은 같이 밤을 보내며 아침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드디어 자신들과는 너무나 다르게 생긴, 괴상한 모습의 화성인을 마주치게 되는데..
세 번째 이야기 : 뉴 행성의 난쟁이들
"안됐군요." (p94)
오만한 황제는 자신들의 문명을 전해주고자 우주 탐험가를 우주로 보내게 되고
오랜 시간 끝에 드디어 난쟁이들이 살고 있는 근사한 행성 '뉴'를 발견하게 된다.
허나 '문명'을 받기 전에 그 '문명'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난쟁이들의 말에
우주 탐험가는 초대형 우주 망원경으로 지구를 보여주게 되는데..
매우 짧은 세 가지 이야기라 아무 생각 없이 읽는다면 정말 금방 읽히지만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평화를 지키려면 어떤 마음을 지녀야하는지, 다문화에 대해서, 문명과 지구환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기에 다시 한 번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을 곱씹으며 생각하게 만드는 책.
특히 마지막 이야기, '뉴 행성의 난쟁이들'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았다.
지구 문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 문명을 전파하고자 했지만 막상 난쟁이들이 하나씩 하나씩 이게 뭐예요? 라며
질문을 할 때마다 점점 반짝거리는 문명이라는 포장지가 벗겨지며 드러나는 현실에 씁쓸해졌던.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가 맑아지며 물고기가 나타나고,
공장 가동이 멈추며 대기 오염 수준이 떨어져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던 히말라야 산맥을 거의 30년 만에
200km 이상의 거리까지 감상할 수 있게 되었고, 관광객이 줄어들며 해변 오염도 정화되어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돌아와 둥지를 틀었다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도 미세먼지가 많이 줄어들어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파란 하늘을 작년엔 꽤 자주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부터라도 환경을 위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는 건 실천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이미지 제작자'라 불리는 에우제니오 카르미의 삽화까지 감상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지구인들을 위한 동화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