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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230. 영미소설/한순간에/수잰 레드펀. 20201220-21. p496
: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움찔, 아이고 기한내에 읽을 수 있으려나~ 했었던.
허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 푹 빠져 결국 잠을 포기하고 내리 읽어버렸던 책, 한순간에.
엄마와 아빠의 험악한 분위기가 극에 달한 어느 날, 아빠는 숲속 외딴 산장으로 가족 단합 여행을 제안한다.
함께 떠나게 된 이들은 엄마, 아빠, 둘째 언니 클로이, 클로이의 남친 밴스, 나(핀)와 단짝 친구 모,
나이는 열 셋이지만 지능은 그 반 나이 정도 되는, 덩치는 180cm인 아빠와 맞먹는 남동생 오즈,
그리고 엄마와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 자매와도 같아 이모라고 부르는 캐런 이모와 밥 삼촌, 이모네 딸 내털리.
2박 3일 일정으로 캠핑카 한 대로 산장으로 떠난 이들. 산장에 도착할 때쯤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산장을 떠나 식당으로 향하던 중 눈발은 더 심해지고 1미터 앞도 잘 안 보이는 상황.
차가 망가져 오도가도 못하고 있던 핀의 또래 카일을 중간에 태우고 가던 중 갑작스럽게 수사슴을 마주치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가 미끄러져 결국 가드레일을 부수고 산비탈로 떨어져 버리는 대형 사고를 당한다.
'한순간에' 조수석에 앉아 있던 핀은 즉사, 운전대를 잡고 있던 아빠는 다리가 부러지고 얼굴도 온통 찢겨진,
클로이는 이마가 찢어졌고 그나마 남은 이들은 약한 부상이거나 나름 멀쩡한 상태.
사고 수습을 해야하지만 핸드폰 신호는 잡히지 않고 깨진 유리창으로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생사의 기로에 서서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생각하죠. 정말 운 때문이라면, 그 운이란 건 참으로 잔인하고 불공평하다고요.
두 아이 다 같은 캠핑카 안에 있었는데, 둘 다 똑같이 춥고 무서웠을테고, 둘 다 얇은 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왜 우리 딸만 지금 발가락을 잃을 수도 있는 지경에 처하게 된 건지,
왜 당신 딸은 그렇게나 운이 좋았고 우리 딸은 아니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p179-180)
모의 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궁금해진다. 우리의 인간성이 양심보다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지,
그리고 만일 우리 중 누구라도 궁지에 몰리면 변하게 될지 말이다. 나는 그날 목격했다.
모두 자신들이 믿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p355)
65페이지에서부터 핀이 죽게 되고 죽은 핀의 영혼이 각 상황을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
저자가 여덟 살 때 겪었던 일, 아빠와 오빠와 저자, 그리고 아빠의 절친인 밥 삼촌과 두 아들이 하이킹을 갔다가
눈보라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아빠 혼자 구조를 요청하러 내려가고 밥 삼촌과 두 아들,
그리고 저자와 오빠는 오두막에서 기다리게 됐을 때 오직 두 아들만 안아주고 손과 발을 문질러주고
저자와 오빠는 방치했던 일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한다.
결국 대부분 구조 받고 살아나지만 후유증이 몸에도 정신에도 가득 남은 이들.
사고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이, 잊어버리고자 모든 걸 덮고자 하는 이, 아이들에게 떠벌리며 관심 받고 싶어하는 이,
자기 합리화를 하는 이, 모든 걸 포기하려하는 이,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
등장인물들 성격이 각각 다르고 사고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다르기에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
읽는 내내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과 양심 리스 자기합리화 밥 삼촌에게 분노가 끊이지 않았던.
물론 저런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내가 '모'처럼 용감하게 행동했을 거란 보장은 전혀 없지만....
살고 싶어서, 라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밥 삼촌은 도저히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밥 삼촌의 ㅂ도 꼴도 보기 싫어하며 읽어나갔다.... 다른 이들은 이 정도는 아닌데
굳이 밥 삼촌네는 왜 이렇게 열 받을까? 싶었는데 저자가 겪었었던 밥 삼촌네의 영향인가봉가..
책을 다 읽고나면 맨 뒷부분에 이 책을 읽고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논제들이 담겨 있는데
하나 같이 답을 쉽게 내릴 수 없는 것들이라 더 내용을 곱씹게 됐었던.
위선을 벗어던진,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다 읽고나서도 여운이 오래갔던 책이었다.
+) 오래전에 봤었던 재난영화, <버티칼 리미트>가 떠오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