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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300만 살 도시공룡 브라키오의 일상 탐험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22. 그림에세이/우리는 조구만 존재야/조구만 스튜디오. 20201208. p250
: 300만 살 초식공룡 브라키오 사우르스를 의인화해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았고
과거의,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 내가 되었다는 걸 깨닫고,
그 조각들을 그림과 글로 엮은 게 바로 이 책!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라고 설명하며...
이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읽으면 좋을지 읽는 법부터 소개해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 오는 날 바다에서 수영해본 적 있어? 라는 에피소드. 재작년이었나 푸켓에서 스노쿨링할 때 비가 왔던 기억이 있다.
내가 경험해 본 이야기라 반갑기도 했고, 바다에 둥둥 떠서 비를 맞는 게 튀겨지는 것 같다 생각하는
신박한 상상력에 엄마 미소가 지어졌던. 수만 팔로워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굉장히 특이하게 각 에피 끝엔 요런 퀘스천!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게 하는 짧은 질문이 같이 있어서
쉬엄 쉬엄 읽게 해준달까. 피로해진 마음을 다독이고 힐링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던 책.
카툰이 대부분이지만 중간 중간 글로만 된 에피가 있기도 하고 QR코드로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있었다.
당연히 책에 수록된 그림의 동영상 버전일 줄 알고 클릭했다가 전혀 다른 느낌의 버전이라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ㅋㅋ
"저는 세트메뉴고 단품으로 구매는 불가해요 (It's a package deal)." (p85)
특히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좋은 점만 함께 할 수는 없는 거라는.
분명 그 사람의 단점까지 포용해야지만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타인을 '좋아!', '극혐!' 흑백으로만 나눠 나만의 폴더에 넣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며 수십 수백가지의 폴더로 나뉘어진다는 것,
좋은 것의 반대가 싫어,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내용에도 굉장히 공감이 갔었다.
어릴 땐 호불호가 무척 강했던 것 같은데 점점 그러려니.. 싶어지고
뭔가 내가 먼저 연락해야만 유지되는 관계는 자연스럽게 끊어지게 되고.
어쩌다 한 번 연락해도 그저 반갑고 편한 관계들만 남게 되는 것 같다. 이것도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인가봉가..
귀욤 심플한 그림체의 공룡 브라키오의 일상을 따라가며 공감하며 끄덕이기도,
곱씹으며 생각해보기도 했던 책. 가벼우면서도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던 힐링 그림 에세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