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137. 한국추리/상처 검은 그림자의 진실/나혁진. ★★★★☆. 20200724-25. 352p
: 몽실북스의 따끈따끈한 신간,
몽실북클럽 온라인 독서모임 몽블랑을 통해 <낙원남녀>로 처음 접했던 나혁진 작가님의 신작 상처를 읽어보게 되었다.
은애는 어떤 아이였을까? 누가 본 얼굴이 은애의 진짜 얼굴이었을까? (p203)
11년 동안 인천 남동경찰서 강력수사1팀에서 근무했었던 전직 형사 이호진.
3년 전 사고로 딸을 잃고 아내와 이혼, 경찰도 그만두고 알콜 중독자마냥 매일 매일 술만 마시며 살던 중
상사였던 백과장이 한 가지 부탁을 갖고 호진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 부탁이란 이제 대학생이 된 자신의 딸 은애가 방학과 동시에 사라져버렸는데 포르노에 등장했다는 것,
이게 무슨 일인지 납치인지 가출인지 일단 다른 이들 귀에 들어가지 않게 은애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자신도 딸을 잃어봤었고 어릴 적 은애를 본 적도 있기에 수사권도 없지만 일단 수락 후 은애를 찾아보게 되는데..
'버닝썬', 'n번방', '웰컴투 비디오' 등 작년부터 각종 성 범죄 관련된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정말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심지어 그게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었다.
거기다 그 많은 불법 음란 촬영물, 동영상을 찾는 이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도 충격을 금할 수 없었던.
또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던 '벗방'도 꽤나 충격적이었던 때에 <상처>를 읽어보게 되었다.
몽실북스 포스트에서 사전연재로 미리 읽어보았기에 기대되었던 작품.
전작 <낙원남녀>가 코지 미스터리, 즉 가볍고 편안한 일상 소재의 소프트보일드 추리 소설이었다면
이 책은 감상에 빠지지 않는, 성과 폭력과 범죄를 냉담하고 비정한 시선으로 보는 사회파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 두 작품의 느낌이 확 달라서 낯설면서도 그 다른 매력에 푹 빠져서 읽어내려갔다.
호진의 수사 과정을 뒤따라가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다보니 흡입력도 좋았고
오, 이런 이유일까? 여기서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뭐?! 얘가 운영자라고?? 하며
중간 중간 충격을 주는 장면도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읽었던 책. 분명 소설인데 요즘 하도 별의 별 사건들이 터지다보니
소설 속 내용들도 현실세계와 별 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고 한숨이 절로 나왔었다.
인천이 배경이라 구월동, 연수동, 로데오 거리 등 지명이 등장하기에 인천에 거주했거나 그 지역을 잘 안다면
꽤나 반가울 듯 했던. 역시 이런 게 한국 작가의 작품을 읽는 묘미일려나 :)
그저 지나가는 까메오(ㅋㅋ)인 줄로만 알았던 박병학의 쓰임새가 나올 땐 캬, 이래서였구나! 싶었고
전혀 생각지도 못 한 이가 범인이었기에 꽤나 충격이었던... 범인의 존재가, 결말이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도 우리 사회 문제 중 하나를,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또 한 번 씁쓸함이 남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