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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평점 :

134. 영미에세이/언더커버/아마릴리스 폭스. ★★★★. 20200722-24. 3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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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다. 내 뒤를 밟는 남자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치는 것을 본다. (p7)
첫 문장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전 CIA 엘리트 비밀요원. 스파이로 16개국을 오가며 살아온 삶'이라는 부제에 이끌렸고
심지어 CIA에서 이 책이 출간되는 걸 끝까지 막으려고 노력했다길래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라는 호기심과 기대를 가득 안고 읽어보게 되었다.
영화를 볼 때면 가끔 실소가 터져 나온다.
지붕을 타넘고 글록 권총으로 묘기를 부리는 CIA 요원들을 볼 때마다 말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그런 추격전을 벌이다니.
정체가 발각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요원 생활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p8-9)
8살 때 친한 친구를 팬암 항공기 테러로 잃고 11살 땐 러시아로 일하러 간 아버지마저 폭동으로 잃을 뻔 하자
테러에 경각심을, 평화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대학 입학을 1년 미루면서까지 버마 국경의 난민들을 돕기 위해
태국으로 떠났고 그들의 민주항쟁을 돕기 위해 위장결혼을 해 비자를 발급받을 정도로 열정이 가득했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온 뒤 9.11테러와 자신이 영웅처럼 여겼던 언론인의 납치, 참수 사건을 겪고
이 모든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나는 지를 깨닫고자 갈등과 테러 연구 석사 과정을 밟게 된다.
그리고 석사 논문 주제로 테러범들의 은신처로 사용될 확률이 즉시 계산되는 알고리즘을 만들게 되고
그 알고리즘을 통해 CIA에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된다.
이로서 22살이라는 나이로 그 당시 최연소 CIA 요원이 된 아마릴리스 폭스.
우리는 어쩜 모두가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할까 싶었다.
그런 환상에서 벗어나려면 실은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으면 된다.
"그럼 너를 미워하게 될 가족이 100여 가구쯤 줄어들 거야."
저녁을 만들려고 부엌으로 들어가며 내가 조이에게 말했다. (p348)
하지만 부드러움도 효과가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부드러움으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걸 CIA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가면을 벗고 나도 인간이라는 걸 적에게 보여주면 된다는 걸 조이가 내게 가르쳐주었다. (p359)
분명 소설이 아닌 저자의 회고록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겪었던 일들이 워낙 특이하기도 하고
그동안 상상만 해봤었던 비밀요원으로서의 실제 삶을 처음 접해서인지 푹 빠져 읽었다.
상대와 안전하게 접선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스타벅스 기프트카드 잔액을 이용한다는 것도
현장 요원이 되기 위해 '농장'이라는 곳에서 마치 실제 상황마냥 훈련을 받는 내용도 흥미진진했고
내가 영화나 드라마로 접했던... 내용들이 아닌,
무기가 아닌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실화라는 사실에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결국 딸을 통해 자신이 궁금해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아마릴리스 폭스..
"그동안 아주 잘 해주었다. 조국이 네게 빚을 졌구나. 이제 다음 단계를 찾아가도 좋아." (p359)
이십대의 젊은 나이로 수많은 나라를 오고가며 테러를 막고 평화를 지켜온.
다국적기업 컨설턴트, 미술상 행세를 하는 무기상이라는 위장 직업으로 주위 모든 이들을 속여가며,
필요에 의해 결혼을 하기도 하고 머나먼 타국에서 감시, 도청 당하며 나라를 위해 거의 10년을 버텨온
그녀의 신념과 용기와 애국심, 고충을 엿볼 수 있었던 책.
조국이 네게 빚을 졌다니, 너무 멋있고 가슴 벅찬 말 같았다. 정말 파란만장한 20대를 보냈고
지금도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는 평화운동가로 살고있다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게 됐던.
요 책을 원작으로 <캡틴 마블> 브리 라슨이 주연으로 영화화가 결정됐다고 하는데
워낙 읽는 동안 장면 장면이 눈에 보이는 듯 했기에 영화는 또 얼마나 실감날까 기대가 된다.
CIA가 되려면 어떤 교육을 받게 되는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요원으로서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