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게 된 베르나르의 소설.
학창시절 <뇌>를 감명깊게 읽고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개미>, <천사들의 제국>,
<카산드라의 거울>, <신>까지 재밌게 읽고선 어느 순간 멀어졌다가
재작년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고양이>를 만났었고 그 이후 이번에도 몽실서평단으로 2년만에 만나는 신작이다.
초판한정 랜티큘러 표지부터 매력적인 <기억>은 최면을 통해 전생을 체험하게 된 르네가
자신의 최초 전생이 이제는 사라져버려 전설 속에만 남은 아틀란티스인이었다는 걸 깨닫고
오팔과 함께 아틀란티스가 정말 존재했다는 것을 현세에 알리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타나토노트>가 영계와 죽음을, <카산드라의 거울>은 미래를 화두로 삼았다면 <기억>은 전생과 잊혀진 역사다.
참전용사부터 백작부인, 노예, 승려 등등 심지어 한국인까지(베르나르의 한국사랑이 엿보인다 힛)
다양한 전생을 만나는 르네. 역사 교사이기도 하고 모든 역사에 흥미를 지녔던 르네이기에
배경지식까지 갖고 있어서 어떤 전생과 어떤 시대를 만나더라도 쉽게 적응하기에 내용이 부드럽게 전개된 듯 하다.
최면을 통해 무의식의 복도로 들어가 기억의 문을 열어 전생을 엿본다는 설정이 참신하면서도
르네가 어릴 때 부터 작성한 파일 '므네모스'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흡사한 느낌이었고
뉴턴의 사과가 사실은 사과가 아닌 고양이라는.... 전작 <고양이>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 다시 한 번 언급되는 등
베르나르의 전작들을 읽어온 독자라면 엇, 이거 예전 작품과 비슷한 설정? 느낌인데? 싶은 부분도 꽤나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역시 변함없구나 싶기도 했다.
현생에서도 끊임없는 사건으로 인해 유치소, 정신병원, 교도소 등등 여러 장소를 전전ㅋㅋㅋ 하는 르네를
열심히 따라가다보니 너무나 흥미진진했던 책. 가독성과 흡입력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아틀란티스까지 등장해버리니 뒷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서 이제 60일 된 아기를 케어 중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짬을 내서 틈틈히 열심히 읽어나갔다.
전생을 엿보고 전생의 자신에게 조언을 얻고 뭔가 마스터하듯 경험치를 얻고 성장해나가는 르네를 보니
뜬금없이 '매트릭스'에서 헬기 조종이 필요해 조종법을 바로 자신에게 입력해 습득했던 트리니티가 떠오르기도..
과연 르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을까? 궁금하시다면 꼭 읽어보시라!
다 읽고나니 앞 부분에서 굳이 왜 이 부분을 상세히 묘사할까? 싶었던 게 복선이었기에 감동까지 선사해준 책.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베르나르의 작품이었다.
+) 책 속에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대가를 치르는 수밖에 없지. (1권 p51)
모든 역사에는 세 가지 관점이 있다. 나의 관점, 타인의 관점, 그리고 진실. (2권 p55)
- 최근 '역사'와 관련 된 또 다른 책을 읽었기에 더 공감이 되었던 글귀.
담나티오 메모리아이의 기원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 말살형, 즉 망각의 형벌은 대역 죄인에 대한 기억을 사후에 모조리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죄인의 사후에까지 계속 적용되는 이 벌은 한 인간에게 내려질 수 있는 최악의 형벌로 여겨진다. (중략) 그렇게 기록 말살형에 처해진 인물 중에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칼리굴라, 네로, 콤모두스, 그리고 게타라는 이름의 황제가 있다. (1권 p374)
- 6년 전 미쳐버린 로마의 황제 칼리큘라의 내용을 담은 연극 <칼리큘라>를 관람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기록 말살형에 처해진 인물 중 하나였다니 충격적이기도 하고 0_0
메소포타미아의 이슈타르 여신 숭배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2권 p44)
- 내가 좋아하는 <하늘은 붉은 강가> 만화책에서 나오는 이슈타르가 바로 이 이슈타르겠지?
만화에서는 전쟁의 여신처럼 보이기도 하던데. 약간 다른 느낌이지만 여튼 반가워서 기록해두기.
「우리가 이미 결말이 정해진 영화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예요?」
「우리가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같다는 의미예요.
매순간 우리는 우리의 자유 의지와 양심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한다고 믿지만 실은...」
「...우리 위에 있는 작가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는 말이죠.」 (2권 p71)
- 다른 작품에도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제목은 기억이 안난다. 힝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에게 영감을 준 것은 그의 얼굴에 떨어진 사과가 아니라 고양이 한 마리였다. 사과 이야기는 낙하 운동의 원리를 기억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볼테르가 지어낸 것이었다.
(2권 p123-124, 79. 므네모스: 역사 기록의 오류들)
- <고양이> 1권 p217-218에서 '피타고라스'가 '바스테트'에게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처음 <고양이>에서 이 내용을 읽었을 땐 그저 참신하다 신박하다 웃기다 싶어 기록만 남겼는데
두 번이나 언급되니 어머? 진짜야 설마? 하는 마음에 구글링을 열심히 해봤으나..... (나의 집착)
일단 정말 사과가 머리에 떨어져서 헛 이것이 바로 중력?! 하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똬! 하고 찾아낸 건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만유인력 법칙을, 중력을 설명하는 예시로 사과를 언급하긴 했다는 썰 1
또는 뉴턴이 죽고나서 뉴턴의 조카에게 삼촌이 사과 이야기를 했다는 걸 들은 볼테르가 퍼트렸다는 썰 2
또는 뉴턴은 아무 말도 안 했었는데 볼테르가 좀 더 뉴턴을 돋보이게 만들고자? 사과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썰.... 3
정도가 있더라. 허나 사과가 아니고 고양이다. 라는 내용은 어디를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다.
뭐지. 뭘까. 나 낚인건가?! 허나 다른 예시 중 하나였던 (기요틴의 칼날이 원래 둥근 반원? 이었기에
사선 칼날을 고안했다는 게 루이 16세라는 썰)은 진실이었기에 고양이가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넘 궁금하다.....
여튼..... 진실이든 아니든 기억에는 굉장히 많이 남는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