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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가는 유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평점 :

68. 일본소설/후가는 유가/이사카 고타로. ★★★★★. 20200423-26. 304p.
: 내가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사카 코타로.
얼마나 애정하냐면... 재작년 몽실북클럽X현대문학 콜라보로 진행됐던 이사카 티타임!에도 열심히 사인받을 책들(고르고 골라 4권을 추림...ㅋㅋ)을
바리바리 싸들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참석할 정도랄까 헤헤헤..
내가 일하면서 진행했거나 일 때문에 참석했던 작가와의 만남이 아닌 건 이사카가 최초였당! *_*)b
여튼,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몸조리 중이기에 서평단은 자제해야지, 라는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덥썩! 신청하게 되었다.
히어로를 연상시키는 표지부터 사로잡은 <후가는 유가>. 티타임을 다녀왔기떄문이 아니라 ㅋㅋ 현대문학에서 출간되는 이사카 책은 참 깔끔하다.
디자인도 책 사이즈도 통일이 잘 되어있어서 같이 모아 책장에 꽂아두는 재미가 쏠쏠. 앞으로도 이렇게 해주셔요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 이야기에는 착각과 각색뿐만 아니라, 일부러 거짓말하는 부분도 있으니까 무조건 곧이듣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p8)
역시나 이번에도 배경은 저자가 살고있는 센다이.
센다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난 도키와 유가와 다카스기. 새로운 방송을 기획하기 위해 별난 동영상을 찾던 다카스키는 신기한 동영상을 받게 되었다.
신기한 동영상이란 누군가가 화장실에 설치한 몰래카메라 영상으로
변기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있는 모습으로 바뀌는데 중간 단계가 아예 없이 마치 순간이동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거기다 얼굴에 없던 반창고까지! 영상이 조작된 건 아닌가 확인도 해보았지만 조작흔적도 전혀 없었기에
영상 속 인물, 도키와 유가에게 직접 물어보고자 만나게 된 것.
유가는 그에 관련해선 어릴 적 부터 겪었던 이야기를 들어야한다고 하는데...
바로 쌍둥이 형제 유가와 후가가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자각했던 특별한 능력에 관한 이야기.
생일 단 하루, 2시간 간격으로 벌어지는 이 능력은 순간이동....이 아닌 순간교체?랄까? 유가와 후가가 서로 위치이동이 되는 것!
처음에 제목만 보았을 땐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일본어일까? 란 생각을 했고, 읽으면서 아 쌍둥이 형제의 이름이구나! 그럼 쌍둥이 형제 내용이 나오려나?
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두껍지 않은 300페이지 안에서 참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등장한다.
부모의 아동학대와 방치, 성폭력과 성범죄, 학교폭력과 왕따문제, 소시오패스와 살인까지..
유가와 후가는 그들의 능력을 통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정말 히어로처럼 나쁜놈을 혼내주기도 한다.
이왕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 거 좀 더 유용하거나 내가 원할 때 이동한다거나.... 그런 능력이면 좋았을텐데
원하던 원치않던 달랑 하루, 그 시간만 되면 강제이동되어버리는 능력이기에....
아니 소설 설정이면 좀 더 쎄게 줘도 좋잖아! 하며 아쉽기도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렇기에 이사카스럽고 나름 현실(?)적이랄까 힝ㅋㅋ
여러 사회 문제들이 섞여있어서 읽으면서 분노가 치솟기도 했고.. 제대로 된 권선징악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왕왕 들었다.
그 와중에 잘 자라준 유가와 후가가 대견하고 대단하고... 그래서 더더더 행복했으면 했는데 흡 T_T
쌍둥이 형제가 등장하기에 이사카의 또 다른 작품 <중력 삐에로>에서의 이즈미, 하루와 <마왕>에서의 안도, 준야가 생각나기도 했었고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생각하고 읽었다가 책 띠지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슬프고 씁쓸하면서도 울적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내가 원하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에서 (ㅋㅋ) <집들코>가 떠오르기도..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작품이라 했는데 공감 한 표요~
+) 책 속에서
각설하고, 라는 말이 생각났다.
여담 후에 '그건 그렇고' 하며 본론으로 돌아갈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축복받았다고는 할 수 없는 고다마와 우리 형제의 인생에 별안간 '각설하고'가 나타나 더 참다운 인생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그런 바람이 머리를 스쳤다. (p140-141)
기억의 현을 건드리면 진동이 연쇄 작용을 일으켜 안쪽에 숨어 있는 중학교 시절 그 장면이 되살아난다. (p181-182)

"유가는 이토 씨가 말했던 허수아비 이름이랑 비슷해" (p210)
<오듀본의 기도>에서 나왔던 시스템 엔지니어 '이토'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말하는 허수아비 '유고'가 깜짝 등장!
이사카 월드는 이번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