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60. 일본추리/​조작된 시간​/사쿠 다쓰키. ★★★★☆. 20200315-19. 480p

: 계속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책장에 꽂혀있다가 몽실책 도장깨기! 3월 선정도서로 이제야 읽어보게 된 ​조작된 시간​.


다른 지역에서까지 알아주는 정상배(정치가와 결탁하거나 정권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무리)인

와타나베 쓰네조. 소설은 그의 외동딸 미카가 어느 날 하교길에 실종, 유괴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카를 살리고 싶으면 1억엔을 준비하라는 유괴범의 연락을 받게 된 쓰네조와 아내 미키코는

딸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정말로 미카의 몸값 현금 1억엔을 준비했으나

막상 유괴범에게 돈을 넘기는 시점에서 '이대로면 돈만 뺐기고 범인은 잡을 수 없다'라고 판단한 경찰들의 제지로 인해

유괴범에게 돈을 넘기질 못 했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라고 했던 유괴범의 말처럼 

결국 며칠 뒤 미카는 시신으로 발견되고야 만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외동딸 미카의 죽음으로 분노한 쓰네조는

미카의 사망 추정 시각이 몸값 수수 실패 이전인지 이후인지를 집착하게 되고

쓰네조에게 뇌물을 많이 받아먹은 현경본부장 모리타는 자신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수를 쓰게 되는데..


자백이란 이처럼 취조하는 수사관과 취조당하는 피의자의 참으로 기묘한 공동 작업으로 엮어 가는 이야기다.

피의자, 특히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한 자는 이 이야기를 비꼬아 '스토리'라 부른다.

스토리가 사실과 다르게 무고한 피의자를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것이 특히 '일본형 원죄'의 특징이다. (p203-204)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 고위 권력층 인간 한 명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일명 원죄 사건인데,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에서 꽤나 많이 등장하는 주제이기에 흥미롭게 읽었던.

같은 계열인 영화 '재심'이 떠오르기도 했다.

성별을 포함해 베일에 둘러싸여있지만 현직 변호사라는 점은 밝힌 저자가 쓴 책이기에

경찰에서 어떤 식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취조하고 조작하는지,

검찰과 재판장은 어떻게 재판을 풀어나가는지, 변호사는 어떻게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지 등등이

시간 순서대로 섬세하게 나와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되어있는 소설은 처음이라 낯설기도 했고...

뭔가 내용이 약간 어려운 듯 하면서도 읽다보면 이해가 되고 ㅋㅋㅋ

원죄 사건을 읽을 때마다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섬세하게 하나하나 이 때 이렇게 했으면 안 됐다,

라며 설명해주는 덕분에(?) 더더욱 부조리함에 분노하고 속상함과 안타까움을 넘어서 답답함을 느끼게 한 책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모르는 건 약이 아니었다 ㅠㅠ


끝마무리가 현실적이라... 내가 원한 결말이 아님에 아쉬움과 답답함, 씁쓸함이 묻어나왔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암시하기에! 부디 묻혀있는 진실이 밝혀지기를, 진정한 정의가 승리하기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


"원죄사건을 다룰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말이 있어. '인생의 화와 복은 마치 꼬아 놓은 새끼줄 같다.'는 말."

"인생은 화와 복, 즉 재앙도 행복도 서로 뒤섞여 꼬인 새끼줄 같다는 의미인데,

내가 원죄사건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원죄라는 건 결코 한두 사람의 악인이 품은 악의나 누군가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수십 가닥의 짚이 꼬여서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수십 명의 인간이 한 일,

즉 악의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선의, 배신이나 과실에다

일종의 의무에 충실한 행동이나 모범적인 행위도 모두 함께 꼬이고, 다양한 인간 활동이 섞이고 얽히고설켜,

그것이 어떨 땐 원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일세. 그걸 항상 통감해."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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