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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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영미에세이/​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타라 웨스트오버. ★★★★★. 20200119-22. 520p

: 처음엔 그저 2018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올해의 책 선정 도서라는 문구에,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던 소녀가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의 실화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라는 것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게 정말 에세이야? 정말 실화야? 였다. 아니, 그냥 읽는 내내 이 생각이 맴돌았던.


독실한, 아니 독실하다 못해 자신이 주님의 계시를 받았고 정부는 다 잘못 됐고

모든 병은 믿음으로 자연치유가 가능하며 종말이 코앞에 있다는 둥...

이상한 믿음과 신념으로 꽁꽁 무장한, 무조건 자신의 말이 정답이라고 믿고 그 믿음으로 행동하는

모르몬교 광신도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거스를 수 없었던 어머니로 인해

웨스트오버 가 7남매는 모두 제대로 된 출생증명서도 없고 아버지가 공교육을 믿지 못 하기에

학교에 가지 못 하고 이름만 홈스쿨링인.. 아버지가 하는 말과 아버지가 보여주는 것만 진실이라 믿으며

아이다호 벅스피크밖에 모르고 외부와 단절되어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 하고 자란다.

그러다 남매 중 셋째 오빠인 타일러가 홀로 독학을 해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열여섯이 되기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 했던 타라도

타일러 오빠에게 자극을 받아 홀로 독학을 해 대학생이 된다.


삶을 이루는 모든 결정들, 사람들이 함께 또는 홀로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하나의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알들이 한데 뭉쳐 퇴적층을 만들고 바위가 되듯이. (p75)


​아버지는 이 과학을 자기 손바닥 안에서 자유자재로 부리고, 그 언어를 해석하고, 논리를 해독할 줄 알았다.

그 과학을 구부리고 꼬아서 진실을 쥐어짜 낼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과학은 아버지를 통과하면서 혼돈으로 변하고 말았다. (p204)


열 살 밖에 안 된 꼬마 타라를 폐철 처리장으로 데리고 간 아버지. 타라가 뒤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아낀다며 마구마구 고철을 뒤로 던져 결국 던진 고철에 배를 맞고 나가 떨어진 타라,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타라를 고철들과 함께 통에 들어가게 하여

결국 타라의 종아리가 뚫리는 사고를 당하게 만든 아버지.

굳이 열 두 시간이나 운전을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저녁 늦게 출발해서 결국 대형 차 사고가 나게 만드는,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같은 잘 못을 반복하여 또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나게 만든 아버지.

다리에 불이 붙어 심각한 화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엄마가 치료해 줄 수 있다며 집으로 보내는 아버지.

본인이 온 몸에 화상을 입었을 때에도 병원으로 갈 바에야 죽는 게 낫다며 집에서 치료를 했던 아버지.

뇌수가 이마로 줄줄 새어 나오는 숀 오빠를 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집으로 데리고 오라는 아버지.

아버지의 의견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산파로서, 에너지 치료사로서,

여러 약초들을 배합한 오일을 판매하며 이것이 바로 주님의 뜻이라며 간증하는 어머니.

숀 오빠가 타라의 손을 꺾고 목을 조르고 변기에 머리를 쳐박히게 하고 칼로 위협을 해도

그저 남매끼리의 장난이었다며 진실을 외면하는 부모님.

물론 장학금을 못 받을 것 같다고 좌절한 타라를 위로해주는 아버지의 모습도,

아버지에게 타라에게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키지 말라며 감싸주고 지켜줬던 숀 오빠의 모습도 있긴 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삶을 견뎌내고 살아왔을 수 있는지,

무지가 이렇게 무섭고 잘 못 된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들.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길 거부한 것은

내가 그때까지 한 번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특권이었다.

그때까지의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p312)


과거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대단치 않은 유령에 불과했다. 무게를 지닌 것은 미래뿐이었다. (p425)


그날 밤 나는 그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떠난 것이다. 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p506-507)


한 번도 제대로 된 교육이나 사회생활을 해 보질 못 했을텐데 대학생활을 잘 해낼 수 있었을까? 싶은 우려가 무섭게

역시나 처음엔 OMR카드에 마킹하는 방법도, 수강신청을 하는 방법도, 강의실을 찾아가는 방법도,

교과서를 그저 그림만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글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 했던 모습을 보며 

이미 지나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걱정이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랬던 타라가 점점 새로운 세상과 지식을 흡수하고 습득하면서

브리검 영 대학에서 케임브리지로, 하버드로 가서 공부를 하고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며 결국 스물 일곱 살의 나이에 케임브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야 마는 모습을,

폭력과 조정으로 억압되어있던 자신을, 벅스피크와 가족에게 얽매여 있던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과 소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과 전율이 끼쳤다.


나랑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라 이게 정말 실화인가 싶었던 저자의 이야기.

비록 부모님과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 해 거의 세뇌되어있는

숀 오빠, 루크 오빠, 오드리 언니와는 멀어졌지만

처음부터 타라에게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발을 내딛게 도와준 타일러 오빠와

시간이 꽤 흐른 뒤라지만 그래도 타라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리처드 오빠, 토니 오빠,

앤지이모, 데리이모, 외할아버지가 있음에,

그리고 드루가 끝까지 타라의 손을 놓지 않고 곁에 있어주었기에 참 다행이라 느껴졌던..

올바른 배움의, 교육의 중요성을, 잘못된 믿음과 신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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