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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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미소설/​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 20191231-20200102. 524p

:

일흔을 일주일 앞둔 시한부 암환자이자 데 라 크루스 집안의 사랑받는 가장인 멕시코계 미국인 빅 엔젤.

이번 일흔 번쨰 생일이 자신의 마지막 생일이 될 것임을 알고

뿔뿔히 흩어져있던 온 가족을 불러 성대한 생일파티를 하고자 한다.

허나 파티를 일주일 남기고 100세셨던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돌아가시게 되고

멀리서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이나 올 수 없는 가족들을 위해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미뤄 자신의 파티 전 날에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다.


장례식 당일부터 늦잠을 자버린 빅 엔젤네 가족. 처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이들을 보며 뭐지, 왜 이리 정신없지?

자꾸 멕시코인들은 어쩌구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멕시코인들의 특성이라곤 1도 모르니

대충 그렇구나, 이렇구나 하며 넘어갔었다.

집안의 가장인 빅 엔젤. 그리고 그의 아내 페를라. 페를라가 빅 엔젤과 만나기 전에 낳은 아들 엘 인디오와 브라울리오.

페를라가 빅 엔젤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 랄로와 딸 미니.. 빅 엔젤의 여동생 마리루와 남동생 세사르,

그리고 빅 엔젤의 아빠 돈 안토니오가 다른 여자와 낳은 아들이자 빅 엔젤의 막내동생 리틀 엔젤.

그리고 그 외의 수 많은 다른 친인척들까지! 많은 등장인물이 대거 등장하기도 하고

주인공인 빅 엔젤 뿐만 아니라 다른 친인척들 시점에서도 이야기가 왔다리갔다리 전개되기에,

과거와 현재를 마구 넘나드는 서사에 조금은 정신이 없었던.

(아무리 해도 가족들의 관계가 안 외워진다면 책 맨 뒷 장을 보라!

오랜만에 가족을 방문한 리틀 엔젤이 그린 가계도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

그치만 계속 계속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정이 들어서

같이 웃고 찡그리고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


"우리가 하는 건 말이다, 얘야.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이 답이야. 아무것도 사랑을 막을 수가 없어. 사랑에는 경계도 없고 죽음도 없지." (p372)

비속어도 난무하고 선정적인 내용도 들어있긴 하지만

꽤나 현실적이었고 그렇기에 유쾌하면서도 눈물이 핑 돌기도 했던 책.

괴팍한 것 같으면서도 다정다감하고 일일이 한 명 한 명을 신경써줬던 빅 엔젤을 보며

프레드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은 자기 스스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하는 휠체어 신세에

씻는 것 마저 아내와 딸에게 맡겨야 했던 빅 엔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잘 못 했던 것을 고치고자 노력했던,

마지막은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빅 엔젤.

결국은 자신이 원한 대로 가족과의 갈등도 풀어내고 존경받는 아버지로 마무리할 수 있었기에 더 감동적이었던.

멕시코 가족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 멕시코 가족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도 떠올릴 수 있었던.. 가족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


▶ 책 속에서


"이 순간은 곧바로 과거가 되지. 네가 알아차리는 순간 벌써 사라졌다고.

너한테는 참 딱한 일이로구나, 아들아. 하지만 영영 지나가버렸어." (p37)


빅 엔젤의 절친한 친구인 데이브는 이런 말을 했었다.

"아주 넓은 해안이 있어. 우리는 모두 자그마한 호수야.

런데 저 물 한가운데가 요동치면, 중심에서부터 퍼진 물결이 완벽한 원을 이루거든."

그때 그는 이렇게 대꾸했었다.

"데이브, 지금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인생이 그런 거라고, 멍청아. 너 말이야. 물결은 처음에 세차게 시작하지만, 해안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지지.

그러다 다시 안으로 돌아오고. 돌아오는 물결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세상을 바꾸는 법이야.

그런데 너는 지금 본인이 뭔가 성취했는지 어떤지 의심이나 하고 있잖아." (p41)


"얘야."
"아빠, 왜요?"

"날 용서해주겠니?"

"뭘요?"

그는 허공에 손을 저었다.

"미안하다."

"그러니까 뭐가요, 아빠?"

"다 미안해."

그는 눈을 뜨고 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미니는 눈이 따갑지 않은 베이비 샴푸를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빅 엔젤은 훌쩍였다. 물론 딱 한 번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빠르게 깜빡이고는 손바닥에 샴푸를 짰다.

"괜찮아요. 모두 다 괜찮다고요."

그는 눈을 감고 딸의 손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p309)


하루 중에는 아주 특별한 1분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이 딴 데 팔려서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 특별한 1분이 있다. 마치 생일 선물처럼 이 세상에 오는 1분이다.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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