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 - 18세기 이탈리아 귀족 계층의 성과 사랑 그리고 여성
로베르토 비조키 지음, 임동현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올해의 168번째 책은 북씨북씨로 읽게 된 2번째 책, 서해문집에서 출간 된 ​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


<이탈리아어대사전>은 치치스베오(cicisbei)를

 "18세기에 발달했던 관습에 따라 남편이 부재중일 때 귀부인을 따라다니며 그녀의 모든 활동을 챙기고 돕는 시종기사"라고 정의한다.(p27)


갈랑트리(galanterie, 여성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고 여성의 환심을 사려는 태도)(p42)


난생 처음 들어보는 치치스베오라는 단어. 그리고 귀부인의 남자라는 수식어까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져서 신청하게 된 책.

남편 몰래 귀부인과 동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낮에 당당하게, 남편 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 수 있는 공인된 임무를 맡은 남성, 치치스베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었을까? 왜 18세기에 발달된 것일까? 그리고 왜 한 세기만에 사라지게 되었을까?

이탈리아 피사대학교 사학과 교수인 저자 로베르토 비조키와 서양근대사와 이탈리아사를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임동현 역자의 콜라보(!)를

통해 궁금증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날엔 치치스베오가 귀부인을 수행하며 사교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현상이 대단히 이국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계몽주의 문명이라는 틀 안에서 여성의 해방, 그리고 적어도 사회적 영역에서 여성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권리를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p70)


실비오 펠리코는 이 기사에 90세가 된 어느 철학자를 등장시켜 그가 60여 년 전 1만 개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귀족 가문을 관찰한 결과를

털어놓게 한다. 그에 따르면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는 37명,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는 22명, 그리고 시종기사를 둔 아내는 8만 8000명"이었다.(p153)


일반적으로 귀부인과 치치스베오의 관계는 결혼으로 연류된 개인 사이 그리고 가문 사이의 결속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p194)


서양은 가톨릭을 믿었기에 당연히 남편과 아내 사이에 생뚱맞게 시종기사라지만 생판 남인 성인남성이 끼어든다는 것 자체가

약간 거부반응을 일으키진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 당시 귀족 사회의 결혼 풍습? 관습이 가문과 가문 사이의 계약과도 같은 것 이었기에

서로간의 사랑으로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정략이었기에 이런 문화가 생겨났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남편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또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부부일 경우 귀부인보다 연하의 치치스베오는 새로운 느낌을 주었을테고

남편에게 못 받는 사랑과 애정을 받으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고.

또한 그저 귀부인과 동행하고 그녀를 보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도 해주고

가문 사이의 결속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도 했다고 하니...

거기다 치치스베오에겐 사회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 가문의 재산 등을 유지할 수 있는,

도박이나 여자 등으로 인한 탈선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관계였기에 귀족들 사이에서 더 성행하지 않을 수 없었을 듯 하다.

(심지어 계도를 시켰어야 할 성직자 조차 자신의 월급을 자신이 모시는 귀부인에게 쓰고 기부는 적게 하는, 시종기사이기도 했다니.... 0_0)

그런데 이런 관계가 왜 한 세기만에 사라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치치스베오와 귀부인 사이가 플라토닉한 관계에서 에로스적인 관계로,

성적인 관계로 접어들면서 아내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맞는지 내 핏줄이 맞는지 의심하고 불신하게 되면서라고 한다.

거기다 결혼이라는 것이 가문 사이의 계약 같은 것이 아닌 사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새로운 성도덕과 가족 윤리 등이 퍼져나가면서 차차 사라지게 되었다고.


삽화가 책 앞부분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끼어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쪼꼼 들긴 했지만ㅋㅋ

다양한 사례들과 삽화들이 들어가 있어서 흥미를 돋게 해주었던 책.

사실 서양사나 이탈리아사에 무지한 터라.... 읽는 게 살짝 버겁긴 했었다^_ㅠ

거기다 책이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읽을 시간이 부족했기에 초조한 마음에 더 눈에 잘 안 들어오기도 했던 것도 같고...

그래도! 나름 재밌게 읽기도 했고 (새로운ㅋㅋ) 기한 내에 다 읽었다는 것에, 상식이 쌓였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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