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눈 힘찬문고 20
론 버니 지음, 지혜연 옮김, 심우진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4월 초, 한달 동안 읽고 서평 해야 할 4권의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가 다가 문득 책이 서로 닮았다 싶어 달력을 꺼내보았다. 잘 살펴보니 4월에는 의미 있는 날들이 참 많다. 식목일, 과학의 날, 지구의 날, 게다가 이라크 전까지......일년에 한달 만이라도 내가 살고 있는 자연과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불을 뿜어대는 천동막대기를 들고 말을 탄 사람에게 기 듯 걸어가고 있는 두 아이의 그림을 표지로 한 "독수리의 눈(론 버니 지음, 지혜연 옮김, 우리교육 펴냄)"은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의 수난사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들이 백인들에 의해 몰살당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된 구답이라는 소년과 또 다른 생존자인 사촌여동생 유당은 백인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쳐 또 다른 부족을 만나게 된다. 독수리의 눈을 가진 소년 구답은 다른 사람들이 미쳐 보지 못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아이였다. 그 덕분에 백인들을 물리치기도 하지만 그 들 역시 무자비하게 몰살당하고 만다. 결국 아이들은 가뭄에 마실 물 한 모금조차 없는 극한의 상황에 내 던져지지만 구답의 부족인 피나우리 족의 노래를 기억하고 물을 찾아낸다.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사람에게 자연도 순리대로 대하는 것일까? 마침내 구답과 유당은 살아남았고 다시 같은 피나우리 족을 만나게 되어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두 아이들과 원주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현재의 구답과 유당은 호주사회의 한 구석에서 불안을 그림자처럼 안고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던 원주민과는 달리 자연을 정복하고 소유하기 위해 호주를 침략한 백인들, 현대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과학 기술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무분별한 개발을 일삼은 결과로 마실 물은 부족하고 먹을 것도 맘놓고 취할 수 없고 숨쉬는 것조차 불안하게 하는 환경파괴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 책은 호주 원주민의 수난사와 그것을 경험한 아이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자연스럽지 못한 또 다른 인간의 한 단면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땅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는 원주민의 말에 "오, 그래? 그럼 이젠 생각을 바꾸라고 해. 평생 여기 살면서 아무것도 해 놓은 것도 없는 주제에...... 이제부터는 내 땅이라고 말해!"라며 응수한 백인의 대답을 생각해보자. 독수리는 아주 멀리 있는 것도 정확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제 우리 모두가 독수리의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독수리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 우리가 자연은 모두의 것이고,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며, 그렇기에 어느 하나,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물질적 풍요와 소유만을 위해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을 일삼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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