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목구멍이 뜨거워져 시큰한 눈물을 삼키게 하는 책

나는 상당한 길치다.
가끔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읽고 헤매다,
결국엔 그 두려움에 잠식당할 때면 정말 어찌할 바를 몰라 더욱 우왕좌왕 하곤한다.
만약 그럴 때 누군가 나침반이 되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면,
…내 손을 꼬옥 잡아준다면 어떨까.
조금씩 세상과의 작별인사를 연습하는 당사자도, 그 당사자와의 작별인사를 연습하는 사람도,
서로가 서로에게 아픔이 아닌 마지막 순간까지의 행복으로 남는다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소중함을 느끼고, 그렇게 조금씩 두려움을 떨쳐내며 용기있게 함께 나아가는 것.
함께 하는 것이 인생의 의미라고 일깨워주는 이 짧고도 소중한 이야기가 나의 가슴 속에 깊이 스몄다.

Book quotes
"눈 한번 깜빡하니까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전부 지나가버린 느낌이야."
그가 말한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린다.
"나랑 평생을 함께했잖아요. 내 평생을 가져갔으면서."
"그래도 부족했어." (p.27)
※ 나도 이렇게 말할 날이 오겠지….
평생을 함께해도 부족한 사랑이 오겠지….
"저는 작별인사를 잘 못해요."
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다.
"연습할 기회가 많을 거다. 잘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어른들은 대부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고 있다고 보면 돼. 우리는 그런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지는 않을 거야.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할 거야. 완벽해지면 네 발은 땅에 닿을 테고 나는 우주에 있을 테고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 (p.76)
※ 이 구절을 몇 번을 읽었던가.
뜨거운 마음이 목구멍에 차올라서 자꾸만 하릴없이 꼴깍 삼키게 된다.
그들은 일렬로 잠을 청하고 텐트에서는 히아신스 향기가 나고 무서워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p.162)


비가 계속 내린다.
빗물이 마음을 적시는 것 같이, 가슴에 촉촉한 파동이 인다.
프레드릭은 아름다운 이별에 관한 담담한 글을 참 잘 써내는 것 같다.
노아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읽다말고,
나 또한 자꾸 떠오르는 내 조부모님의 얼굴에 뜨거운 눈물을 꼴깍 삼키고 전화를 걸어본다.
신호음이 끝나고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내 목소리 속 숨은 평소와 다른 슬픔을 금방 눈치채셨다.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흐어어엉. 할무이능 치매 걸리면 앙대애애애ㅠ 나 까먹으면 앙대애애앵ㅠ" (feat.빼애애앰)
난데없는 땡깡에 당황하신 우리 할머니는 영문도 모른채 오냐 그러마라고 약조해 주셨다.
치매예방에 고스톱이 좋다는데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나도 할 줄 모르니, 민족의 얼을 담아 윷놀이나 자주 해야겠다.
나는 아직 이별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 생각만으로도 세상 온갖 슬픔이 몰려오는 시름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이별 후 우주에 있을 것이란 그 말에,
두려워 할 것은 없다는 그 말에,
마음 한 켠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 같은 위안을 얻었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노아처럼, 수학을 좋아하고 우주를 사랑하니까….
그래, 두려울 것은 아무 것도 없겠다.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좋지만, 지금 더 많은 추억을 쌓고 그 추억과 함께 살아가는 것.
우주에 있을 수 많은 이들과의 추억이,
지구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가슴 가슴마다 환하게 반짝이고 있는 한,
이 우주는 빛날 것이고
…무서워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