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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여행 스케치 -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그림 수업
사사키 기요시 지음, 한진아 옮김 / 경향BP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소금을 뿌리며 좌절하던 순간

그림 실력은 쉽게 늘지 않는다.
그 것이 꼭 그림이 아니라, 무엇이던 마찬가지겠지만….
하아…, 최근 하루 한 장 엽서 수채화라는 책을 따라하며 자신감이 붙었었는데…,
(사실 내 그림을 보고 만족했던 것은 아니지만, 댓글에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어깨가 좀 펴졌었다.ㅋ)
이번엔 풍경화를 그리며 내 실력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낄낄 거렸다.
종이가 문제인건가.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하려고만 하면 종이가 쭈글쭈글 쭈그렁방탱이가 되고, 종이가 때 밀리듯 밀려 나오고….
(스케치북이 목욕재계를 안 했나보더라. 왜 자꾸 때가 나오던지….)
참고로, 이 책은 머메이드지로 해도 소용없더라.
붓을 짜서 물감을 빨아들여 효과를 내보라는데, 내가 힘이 몹시 세서 그런지 스케치북 표면 종이가 자꾸 벗겨졌다.
(내가 일부러 벗긴 거 아님. 절대 음흉하게 벗긴 거 아님.)
그 밖에도 재미난 기술들을 시도할 때마다, 뭔가 책에 나온 효과를 전혀 볼 수 없어서 슬펐다.ㅠ
그리고 책의 그림들을 눈여겨 보며, 꿈에 부푼 마음을 안고 풍경화를 그려보겠답시고 집 밖에 나섰다.
나의 예술적 혼을 담아 열정적으로 신명나게 스케치하고, 집에 와서 우주의 기를 끌어모아 한 방울 한 방울 채색하고 보니까…
무슨 초등학생이 미술 숙제한 느낌이 났다.
그래서 갑자기 꿈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으로 실망했다. ㅋㅋㅋ

About 수채화 여행 스케치

책에서 물감 칠하기 전에 스케치북에 맹물 칠하라고 해서 물 칠했을 뿐이고, 소금 뿌리라고 해서 신나게 뿌려 재꼈을 뿐이고, 물기를 짠 붓으로 물감을 덜어내라고 해서 물감을 종이에서 없애는 느낌으로 덜었을 뿐인데, 스케치북이 막 난리가 났다.
(당연한건가. ㅋㅋㅋㅋ)
종이가 한 번 벗겨지고 나니까, 마른 뒤에 물감을 써도 막 이상하게 번져버려서 수습이 불가한 상태로 망쳐졌다. ㅋ

여기 증거사진을 제출한다.
분명 종이를 적시라고 해서 적셨고, 소금을 사용하래서 뿌렸고, 색을 덜어내래서 덜어냈고, 마른 뒤에 그리래서 그렸을 뿐.
나는 죄가 없소. ㅠ
(유전무죄!! 무전유죄!! 응?)
작가의 설명과는 다르게, 내 스케치북 위에선 소금이 녹아내리던데 뭐가 문제지? ㅠ
어쨌거나 짠내나는 그림만 잔뜩 탄생. ㅠ
뭐, 어쨌거나 풍경화를 그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나의 숨은 끼를 방출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문센에서 당한 굴욕이 떠오르는 처참한 결과만 도출해냈다.
(결정적으로 숨은 끼가 없었던 듯. ㅋㅋㅋ)
그래서 그냥 작품활동은 즐거운 마음만 가지고, 야외로 나가서 스케치를 해오고 집에서 채색하는 방식으로 그려 보았다.
책에서 언급한 스케치의 기본 TIP들은 전혀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은 채로…. ㅋㅋㅋ
초보에겐 언제나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우아한 나에게 어울리는 고급진 취미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토닥임을 요청 드리고 싶다.
하아…. 큰 맘 먹고, 딱 세개의 연작들을 선보이겠다.
그림 감상 전에 우선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나의 작품들은 이 책과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들이라는 것이다. ㅋㅋㅋ
(책에서 하라는대로 한 것이 단 하나도 없음 ㅋㅋㅋ)
책에 나온 멋진 작품들은 나중에 실력이 좀 쌓이면, 하나씩 차근히 따라해 보도록 해야겠다.

라나의 작품 전시
CAUTION: DO NOT TRUST YOUR EYES. I HAVE DONE A MARVELOUS JOB.
아래 세 점의 연작들은 강아지와 함께 하는 나날들을 그림일기 그리듯이 기록한 작품들로,
만약 작품이 비루해 보이거나,
몹시 초등학생의 작품 같아 보인다거나,
보고있는 자신이 다 부끄러워짐을 느낀다거나,
작품을 감상하다 말고 손발이 오그라지고 있다면,
필시 시력에 이상이 있을 것이야.
그대는 필시 이 작품들이 몹시도 아름답다고 느낄 것이다.
그대는 작품들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대는 작품들의 심오한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천리안을 갖게 될 것이다.
레드썬!
날이 좋아서 by 라나

날이 좋아서 마당에 개를 풀어둔다. 보통 개껌을 하나 물려주지 않으면 화단을 박살내기 때문에 하나 입에 물려둔다.
날이 좋지 않아서 by 라나

날이 좋지 않아서 개랑 산책갔다가 우산이 뒤집어졌다. 하늘도 울고 나도 울었다.
날이 적당해서 by 라나

날이 적당해서 개가 여유롭게 응아를 했다. 비닐봉지 한 가득 뜨끈한 응아를 잔뜩 담아와 뿌듯했다.


사실 나의 혼을 담은 그림들인데, 내 자신이 너무도 실망해 버려서 스케치북을 버려두고 며칠간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ㅋㅋㅋ
대체 뭐가 문제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첫째로 책에서 스케치 팁을 준 것들은 생각도 안 하고 막 그린 것이 잘못이었고,
둘째로 풍경화 스케치는 무조건 광각으로 보듯 그려야 멋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스케치가 무우척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절대로 아니되오.
아무래도 스케치용 필기구들을 좀 더 사들여야겠다. (연장탓)
작가가 쓰는 스케치북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내 모닝글로리 스케치북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연장탓)
붓모가 너무 강한 것은 아니었을까? 붓도 전문가용으로 몇 개 더 사고 싶다. (연장탓)
대체적으로 물감의 컬러가 분위기의 큰 비중을 차지할텐데데, 전문가용 물감으로 지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연장탓)
연장탓만 하기에는 내 실력이 너무도 미흡한 것. ㅋㅋㅋ
아마도 나처럼 초보가 따라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기술들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실력이 쌓이면 다시 멋진 풍경화를 시도해 보겠다.
여행가면 사진기로 찍는게 아니라 그림으로 담아 오는 그 날까지! 음하하!
산에 들에 꽃이 잔뜩 피면 놀러가서 예쁜 그림들을 그려올 계획이다.
풍경도 잘 그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구도나 스케치부터 조금씩 연습해야겠다.
이 책에 나온 그림들도 하나씩 다시 따라 그려보고, (소금 뿌리기나 붓으로 물감덜기 등의 기술은 실력이 쌓이면 연습하자.)
나는 왕초보니까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지.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에 애정을 담아 그리다 보면, 어느새 그림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오늘도 여전히 내사랑 볶음 너구리씨를 그려봤다.
벽에 붙여 두려고 오려 두었다.
액자로 여러개 만들까 생각중이다.
마치…, 통조림 수프를 그린 앤디 워홀처럼 나는 볶음 너구리를 그리는 것이지.
작가의 세계에 들어와 보니, 모든 그림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아, 볶음 너구리를 사랑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다가 볶음 너구리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아! 며칠전에 지인이 내가 그린 풍경화를 보고, '이거 조카가 그린거야?' 라고 하는 바람에
반사적으로 명치를 가격한 뒤 존 시나의 피니쉬 기술을 시전할 뻔 했다.
(아, 어렸을 때 WWE 애청자였다. 존 시나 목걸이 사고 싶어서 미국 가려던, 꿈 많던 소녀가 아직도 여권 하나를 못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량있고 친절하며 마음씨가 곱고 너그러운 사람이기에….
그의 잘못을 용서하고, 친히 그 그림에 내 친필 싸인을 곁들여 선물해줬다.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내가 죽고나면 값이 높아질 것을 생각해서인지, 그림 선물을 받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음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느껴진다.
단명하는 예술가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갑자기 존 시나 하니까, 그가 니키한테 청혼한 영상이 또 생각난다.
언젠간 둘이 결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게 고작 몇 시간 전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도 충격이 크다….
(회사에서 이어폰으로 듣고 숨죽여 통곡을 하다가, 김부장한테 걸려서 멱살 잡힌 건 안 비밀.)
그것도 공개청혼을 할 줄이야. ㅠ 따쒸.
니키는 좋겠다. ㅠ
하아….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은 전부 나를 떠나가는구나.
존, 니키랑 잘 살아. ㅠ 크흡.
너를 보내고 나는 또 홀로 슬퍼하겠지. ㅠ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