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로트의 우울
곤도 후미에 지음, 박재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미소지으며 넘기는 가벼운 책장의 무게




  우리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네 개의 발과 하나의 꼬리를 가진 털복숭이 동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나 보다.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쓰다듬기만 해도 행복이 솟아나고,
설령 내게 와 안기기라도 하면 감동이 벅차오르는 그런 반려동물 말이다.
  가끔 책을 읽다말고 내 발치에 누워 잠든 나의 몽뭉이를 볼 때면 그 귀여움에 손 끝이 움찔대기도 한다.
35Kg이 넘는 덩치 큰 녀석이지만 내 눈에는 그저 지켜줘야할 연약한 생명체에 지나지 않달까.
복실한 꼬리를 살랑대며 나를 반겨줄 때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경찰견이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 셰퍼트 '샤를로트'의 일상 아닌 일상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하진 않았지만,
대형견을 기르는 나의 삶에 빗대어 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곤도 후미에의 소담 소담한 문체로 조곤대는 소소한 이야기 하나 하나가, 글을 읽는 독자들의 얼굴에 미소로 피어나는 책이다.





Book quotes


나는 샤를로트의 등을 쓰다듬었다.

"네가 말할 수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텐데."

샤를로트는 살짝 고개를 들어 내 입가를 핥았다.  (p.23)

※ 그러게. 역시 강아지가 사람말을 할 줄 안다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다.


개를 키울 때까지는 개가 이토록 표정이 풍부한지 몰랐다. 온몸으로 표현하는 만큼 인간보다 쉽게 알 수 있다.  (p.136)

※ 장시간 외출하고 오면 막 '히이잉 히이잉'하면서 온 몸으로 꼬리를 흔들고 부비적 거리는 그런 표현!

심심하다고 한숨을 폭폭 쉬면서 거실 바닥에 찹쌀떡처럼 들러붙어서 '끄으응'하는 표현!

그 표정도 참 가관일 때가 많다. ㅎㅎ






  우리 몽뭉이는 시각장애인을 돕는 다정한 안내견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골든 리트리버' 이지만,
실상은 어찌나 말괄량이인지…, 사실 주인 말을 똥꾸멍으로 듣는 똥깡아지에 불과하다.
대형견이라 좀 의젓한 모습으로 우아하게 있어주면 좋으련만,
뜻대로 되지 않는게 어디 자식농사 뿐이겠는가.
애견농사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ㅠ휘유.
  샤를로트만큼 주인을 마음을 헤아리는 사려깊은 녀석은 못 되어도,
내 얼굴에 대고 방귀를 뿡빵뿡빵 뀌어대는 바보같은 녀석이어도,
동네 고양이한테 흥분하면 이름을 백만 번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는 녀석이어도.
나의 파트라슈는 소설 속의 샤를로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내게 소중한 녀석인걸.
  나 역시 강아지로 인한 사건 사고와 에피소드가 늘어가다.
소설만큼 스펙타클하고 극적이진 않아도, 하루하루가 특별하다고 느껴질만큼 나와 내 강아지에게도 다양한 일들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미소짓게 되었다.
밖에 나가자고 내 신발을 물고 오는 일상적인 모습도,
처음으로 내가 권한 하이파이브에 응한 모습도,
집으로 돌아오면 온 몸으로 꼬리를 치며 반겨오는 이 귀여운 생명체와 함께라면,
그래. 우울할 틈이 없지.

애견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부분부분 있어서인지 손에 잡히는 책장이 무척이나 가볍게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다.
오늘은 나도 우리 파트라슈와 경쾌한 걸음으로 산책을 나설 수 있을 것만 같다.
가자! 파트라슈! 오늘은 너로 정했다! (feat. 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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