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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구멍을 채우는 다독임

누구든 마음 속에 크고 작은 구멍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나의 옹졸한 마음 여기저기 산재해 있던 그 구멍들이 이 책의 문장으로 덮여지는 기분을 느꼈다.
어디에도 있을 혹은 어디에도 없을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에 내려앉을 때마다 '사락'하는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가족의 소중함을 잠시 잊어 슬픔, 분노, 외로움에 잠겨 있다면,
그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이 여기에 있다고 속삭여 주고 싶다.
부디 오기와라 히로시의 가슴 속부터 따스해지는 문장들로 마음에 뚫렸던 구멍을 메우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다독인 마음으로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Book quotes
의사는 반반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와 미에코는 절대 자신들보다 앞서 죽을 리 없는 딸이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좋은 쪽의 '반'만 믿은 채로.
던진 동전은 뒤가 나왔다. (p.18)
"일 더하기 일은?"
카메라로 누군가를 찍을 때 우리가 하는 말이었다. 늘 "자, 치즈."하지 않고 '일 더하기 일은'이라고 했다. 스즈넨ㄴ 그 말을 웃는 얼굴을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라고 믿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일 더하기 일은?"
엇, 치즈 아니야, 하는 소리는 무시한다. 다시 한 번 되풀이한다.
"일 더하기 일은?"
그리고 스무 살이 되어서도 아빠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스즈네는 보나 마나 이렇게 말하겠지, 하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삼." (p.52)
※ 나는 보통 예고없이 사진을 찍어서 원망을 듣는 타입이다. ㅋ
몇 초 동안 입구 앞에 서 있다가 자동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야 손잡이를 잡았다. (p.242)
※ 나도 그런 적 많다.
그 왜 밖에선 자동으로 열리고 안에선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경우인데,
자연스레 계산을 끝마치고 해맑게 '안녕히 계세요.'를 외치며,
문 앞에 약 2초간 (하지만 시간은 마치 2년 같이 흐르지.)
멍하니 서 있으면 당황한 점원이 눌러주는 사태가….


깊지 않은 마음의 구멍에 또로록 산성비가 내린다.
껍질이 한꺼풀 벗겨진 말랑한 그 구멍은 가랑비에도 손쉽게 살점이 떨어진다.
구멍이 크고 깊던 작고 얕던, 모든 구멍은 속살이 드러난 채로 너무도 연약하다.
우리는 그런 나약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자꾸만 하잘것없는 것에도 서운해지고, 치졸해지며, 쉽게 무너지는 것일게다.
처음 받았던 첫 월금.
나는 주말에 내의를 사들고는 조부모님께 한달음에 내려갔다.
아무래도 조부모님 손에 자랐으니 으레 부모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더 챙기게 되는 편이기도 한데다,
부모님은 서울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으니 무엇이든 같이 가서 원하시는 것으로 고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결국엔 그 다음 주에 부모님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한끼 식사하는 것으로 끝났었는데 아빠가 내심 서운하셨던 것을 당시는 몰랐다.
시간이 흐른 뒤 아빠와 동네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평소 내색 안 하셨던 속마음을 털어 놓으셨다.
"너는 맨날 내 엄마아빠만 챙기고, 나는 누가 챙겨주냐."
술기운에 뱉은 그 문장에는 뼈가 실려 있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나는 빤쓰 한 장도 안 사주고 지 할머니 할아버지 것만 사고…."
그 삐친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다음 날 나는 백화점에서 엄마를 위한 스카프 한 장과 함께 제일 좋은 속옷으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요일별로 바꿔 입으시라고 고급진 팬티를 7장 사왔다.
그제야 엄마가 입을 여신다.
"안그래도 아빠가 자기 내복 안 사줬다고 섭섭해 하더라."
(나 참. 귀띔이라도 해주시지 않고.
같이가서 고르자고 했을 때 아빠는 분명 괜찮다고 하시고선.)
항상 곁에 있으면 간혹 그 소중함을 잊을 때가 있다.
퇴근길에 엄마가 생각나 사들고 가는 치킨 한 마리.
엄마 몰래 아빠랑 집 앞의 호프집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
결국 둘이 술을 진탕 마시고 미안한 마음에 자는 엄마를 깨워 셋이 함께 먹는 족발.
그 늦은 시각에 집에 몰래 들어오려다 딱 걸린 만취한 남동생까지.
추억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내가 선물한 그 속옷들도 이제는 낡았으리라.
이번 주말에 부모님댁에 속옷 몇 벌 놓아드려야겠다. (feat. 귀뚜라미 보일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