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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리드미컬한 낭만의 제목 따라
이토록 낭만적인 제목이 또 있을까.
'브람스'라는 발음에서 느껴지는 그 분위기와 마지막 '...'의 여운은 책을 집어드는 내 손 끝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나는 브람스보다는 슈만을 좋아하지만 '슈만을 좋아하세요...'라는 어감으로는 도저히 그 로맨틱한 느낌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자, 문득 브람스의 곡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슈만과 브람스의 관계를 떠올려보니 그 사이에 클라라가 있었다는 결론에 미치자 갑자기 이 소설은 단지 소설에 그칠 수 없을 정도로 애틋한 느낌이랄까.
(슈만은 스승인 프리드리히의 딸 클라라를 사랑했다. 어렵게 결혼을 하고 슈만이 브람스를 제자로 받는다. 그리고 슈만이 세상을 떠날 즈음 브람스가 스승의 아내인 클라라와 몽글몽글한 사랑을 했다더라는 이야기가 있더랬다. ㅎ)
괜시리 소설 속의 폴은 클라라가 되고, 로제는 슈만이 되고, 시몽은 브람스가 되는 것 같다. ㅎ
물론 그 셋의 삼각관계가 실로 어떠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결론은 문학과 음악은 서로 떼어내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
오늘 하루쯤은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펼쳐보기를 추천한다.

Book quote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p.57)


내가 폴이었다면 시몽의 손을 잡고 멀리 멀리 떠났을 텐데….
폴이 로제에게 보인 그 모습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한 글자, 한 글자 읽어가며 그 낭만적인 발음따라 리듬따라 나 역시, 마음에 뜨거운 열망이 샘솟기도 하고 이유모를 아쉬움에 가슴이 일렁이기도 하고, 결국에는 그 사랑이 나의 살갗을 에이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브람스의 이름이 들어간 책을 다름 아닌 슈만의 곡과 함께 읽는다니 뭔가 짓궂은 걸까?
문득 클라라를 떠올려 본다.
슈만이 떠난 뒤에 클라라와 브람스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혹시 로제를 떠나보낸 폴같은 마음이었을까?
시몽과 함께 있어 행복하지만 로제를 그리는 그 마음?
사람의 얄팍한 마음은 언제나 부서지기 쉽고, 옅어져 사라지기 쉬운 것 같다.
하아…,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는, 몹시도 쓸쓸한 밤이로구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시몽의 말이 마음에 깊이 스민다.
관심있는 것은 현재뿐이라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던.
현재에 충실하다면 모든 것이 원만해질지도 모르겠다.
당장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고,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보지 않고, 다만 현재에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사랑.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던가.
다행히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나는 무죄. (또르르)
그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 대단한 사랑의 경험을 어디서 얻어보겠는가.
현실에서 겪기엔 너무도 불가능에 가까운 그 사랑을 나는 폴에 빙의해서 대리만족을 했다.
이 봄의 끝자락에서 너무도 낭만적인 슈만의 곡을 들으며 책 속으로 빠져들다보면, 나의 로제도, 나의 시몽도, 결국엔 그 모든 사랑이 내 것이 됨을 느낄 수 있겠다.
현실에 없는 마음을 가득 채우는 그 사랑을 경험하고 싶은가?
솔로들이여, 당장 이 책을 펼쳐라!
낭만 가득한 클래식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한 권이라면 나는 오늘도 외롭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