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캘리 - 수채 캘리그라피, 너에게 보내는 봄빛 손글씨
늘봄(고은영) 지음 / 책밥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호랭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나는 명필을 남기리



  수채화라는 우아한 취미를 갖게 된 이후로 지인들에게 종종 나의 작품들을 선물하곤 했다.
하지만 언제나 훌륭한 나의 그림과 대조적으로 비루한 나의 글씨는 작품의 품위를 떨어뜨리곤 했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수줍게 내민 나의 엽서 선물에 지인들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어머, 글씨는 왜 썼어?" ( -_- 카드 만든거야. )
"망친거 나 주는거임?" ( 심혈을 기울인건데…. )
"연습한거 말고 제대로 만들어서 줘." ( 이게 완성품 맞아.)
아무래도 글씨가 엉망이다보니 아무도 나의 소듕한 선물을 기쁘게 받질 않는다.
결국 나는 다시 고독한 작품 연습의 뼈아픈 가시밭길을 건너는 마음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본다.
 내 기필코 명필이 되리라.






  책에는 수채화의 다양한 기법들과 글씨체의 변형에 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고, 결국 열심히 연습하는 길이 최선이라고 친절히 쓰여 있었다.
….
저번에 풍경화 그릴 때 소금 뿌리는 기법이 이 책에도 소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럭저럭 성공한 것 같다.
허나 아직도 스케치북이 200g짜리라 복잡한 그림의 작품들은 섣불리 따라하다간 또 종이가 벗겨지는 참사가 일어날 것 같아 다양하게 시도하진 못했다.
다만 매일 꾸준히 하나씩 그림을 그려 나가면서 잘 그렸던, 못 그렸던, 작품수를 늘려가고 있다.
머지않아 사무실 한 구석에서 개인전을 열어, 직원들에게 작품을 강매시킬 생각을 하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작가의 영감이 마구 들끓는다. 껄껄. 
  아, 어떻게 강매하게 만들 거냐고?
그거야 간단하지.^^
카드에 직원 이름을 써 놓으면 살 수 밖에 없잖아. >_<
(ex. '지영씨의 행복한 하루를 바라며!', '창현씨 결혼 축하해요.'등을 써 넣으면 무조건 살 수 밖에 없징. ㅎ)
한 장에 500원씩 팔아야징.
  사장님은 특별히 한 10장 정도 그려드려야겠다.^^





라나의 작품 전시



  일단 저번에 풍경화를 그리며 실패했던 그림에 소금치기 기법을 얼추 성공시켰다.
그 결과가 왼쪽 상단의 '오늘을 사랑하라' 그림인데, 꽃 위에 소금을 흩뿌려 짠내나지만 나름 멋진 질감을 완성시킨 모습이다.
오른쪽 상단의 '오늘 밤 달이 참 예쁘네요'는 워터스프레이로 구름을 멋지게 그려내는 기법이었는데 마땅한게 보이지 않아서 얼굴에 뿌리는 미스트로 촉촉하게 완성시킨 그림이다.

  하아…, 나같이 극심한 악필이 단 시간에 훌륭한 글씨를 쏟아낼 순 없겠지.
사실 붓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생각보다 참 어렵다.
뜻대로 잘 움직이지도 않을 뿐더러 전체적인 그림과의 균형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나 종이 가운데에 그림과 글씨가 조화롭고 예쁘게 잘 배치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ㅋ
결국 현명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잘라내 글과 글씨를 중앙으로 옮기는 방식을 택했다. ㅎ
아직도 글 쓰는 것이 몹시도 미흡하지만 나름 짬을 내서 꾸준히 연습중에 있다.

  위에는 책에 나온 것들을 똑같이 따라한 것이고, 
아래는 다른 책 '하루 한 장 수채화'의 그림들과 이 책의 글씨를 섞어 배합한 작품들이다.



  위의 작품은 나와 나비들의 행복은 반비례 관계라는 뜻에서 그린 심오한 작품이다.
내 텃밭의 상추들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의 소듕한 상추들을 다 뜯어먹고 예쁜 나비가 되었을 애벌레들을 생각하니, 정작 나는 먹을 상추가 없어져서 슬펐다.
나의 슬픔과 나비들의 행복을 맞바꾸다니.

나는 너무나 인자하구나.



  위의 작품은 유독 날씨가 화창하고 맑은 어느 날에 마당에 떨어진 깃털들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
마당에 새가 굉장히 많은데 그 중 몇 마리가 햇빛 샤워를 하다가 놓아두고 간 깃털이라고 아름답게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마당에 떨어진 그 깃털들이 어떤 사연으로 그 곳에 있었는지 알 것도 같다.
그 것은 사실 잔인한 사건 현장일 것이다.
동네 들고양이가 마당으로 침입해서 새를 잡아먹으려고 털을 뽑았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그렇게 깃털이 수북하게 있을리 없어.
(마트에서 유정란 사다가 부화시켜서 닭으로 키워서 닭알 먹으려고 했는데 일단 닭장을 먼저 만들어야겠다.)

…그 맑던 날, 새의 명복을 빌며.



  마지막은 저번에 처참하게 실패한 풍경화 그리기도 많이 좋아지고 있어서 그려 본 그림이다.
풍경화는 확실히 스케치가 중요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글씨가 아직도 어색한데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멋지게 쓸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연휴를 맞아 나의 작품 활동도 더욱 활발해 지고 있는데 생활의 모든 부문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갈수록 무르익어가는 나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 덕분에 '다이어트'로 인해 헤어진 '볶음 너구리'를 향한 애달픔을 덜 수 있었음을 말로 표현해 무엇하랴.

  최근 다이어트를 위해 나름 식이조절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어제도 다이어트한다고 산 닭가슴살을 튀김옷에 빵가루까지 묻혀 정성스레 튀겨먹는 나란 사람.)
코끼리도 초식동물인 것을 알고 있는 지식인이지만, 역시 다이어트엔 야채니까 열심히 섭취중에 있다.
(야채는 역시 소스맛이다.^^  아! 요즘 '코울슬로' 소스에 폭 빠졌다. 그 어떤 채소라도 맛있게 해주는 마법의 소스! 폭풍흡입중.)

  이제는 수채화 그리는 취미활동의 시간이 무척 흡족하다.
매일 더욱 열심히 글씨도 연습하고 그림도 그려내야겠다.
나중에 혹시 해외여행 갔다가 지갑을 도둑맞아 알거지가 되어도 길바닥에 앉아 수채화를 그려 입에 풀칠할 수 있게될지도 모르니까?
  연휴를 맞아 그렇게 해외여행을 많이들 떠났다는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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