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장자자.메시 지음, 허유영 옮김 / 예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나의 몽뭉이가 한국말을 배운다면…




  나는 언제나 나의 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아지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가끔은 강아지의 의견을 묻고 싶을 때도 있고, 
(가령, 가슴줄 어떤 색깔로 하고 싶어?)
가끔은 강아지 기분을 알고 싶을 때도 있고,
(방금 새한테 짖은 건 무서운거야? 아니면 위협하는거야?)
가끔은 강아지 몸상태가 걱정될 때도 있다.
(아쿠. 응아가 좀 묽구나. 배아파? 괜찮아? 풀은 왜 자꾸 뜯어먹는 거야? 이게 바로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거니? 배고파?)

  여기 장자자의 강아지, 메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견주로서 강아지와 공유하고 싶은 강아지와의 다양한 대화,
재미있는 상황들 앞에 펼쳐지는 강아지로서의 의견.
물론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 속에서 나온 것들이긴 하겠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으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뜻하게 책장을 넘기며 독서 중간 중간 고개를 들고
나의 강아지와 사랑스러운 눈길을 주고 받기에, 이토록 적당한 책은 또 없을 것이다.




Book quotes


아빠가 생각하는 '짱'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노점상을 하는 것, 돈이 없을 때는 폐지를 주워다 파는 것, 식당에서 제일 싸구려인 토마토 계란탕이라도 먹다 남으면 콜라병에 담아서 오는 것 등등이 다 포함된다. 잘못은 아니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망설여지는 일들을 아빠는 늘 '짱'이라고 표현했다.
아빠가 말했다.
"메시, 잊지 마. 남들이 생김새를 가지고 비교하면 '나는 귀가 크다'라고 말해. 남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비교할 때도 '나는 귀가 크다'라고 말해. 남들이 집이나 다이아몬드 반지, 시계 같은 걸 비교해도 너믐 '나는 귀가 크잖아!'라고 말하면 돼."
"남들이랑 비교가 안 되니까 억지 부리는 거 아니에요?"
나의 당돌한 질문에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다.
"누가 더 행복한지 비교해봤자 아무 소용 없으니까 관두는 거야."
나도 알고 있다. 아빠도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아빠를 좋아해주기만 하면 행복하다는 걸.
'짱'이라는 걸.  (p.14)
※ 이런 삶이 정말 '짱'인 것 같다. 나도 이렇게 멋지게 살아가야지.

낮에 아빠가 수북이 쌓인 설거지감을 쳐다보고 있다가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 짜증을 냈다.
"설거지하기 싫어! 나는 세상에서 설거지가 제일 싫어!"
때마침 우리 집 앞을 지나가던 셰퍼드가 그걸 듣고 달려 들어왔다. 녀석은 투철한 봉사 정신을 발휘해 그럿들을 광이 나도록 깨끗하게 핥아주었다.
아빠는 그 광경을 보고 넋이 빠져 있다가 바닥을 떼굴떼굴 굴러다니며 소리쳤다.
"으아! 이젠 정말로 설거지를 안 하면 안 되잖아!"  (p.98)
※ ㅋㅋㅋ. 내 얘기 같아. ㅋㅋㅋ
하지만 나는 가끔 강아지가 핥은 음식도 곧잘 먹곤 하지.
대형견 키우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형견 침의 양은 에일리언 수준이다. 나는 비위가 좀 좋은듯 ? ㅋ
(아니, 그냥 더러운 것임. 가끔 나보다 개가 더 깨끗할 때도 있음.)
얼마 전에 설사병에 걸려서 엉덩이로 푸드덕푸드덕 노래부르고 한창 고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울집 몽뭉이가 내게 설사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없지 않는 것 같다….

"점심 먹자, 메시."
"저는 갈비 먹을래요, 아빠."  (p.127)
※ ㅇㅇ. 나도 갈비♡

난 세상을 잘 모르고 규칙 같은 것도 잘 몰라요.
난 그냥 아빠가 좋아요.
아빠의 마음속에 내 자리를 비워달라고 하지 않을게요.
그저 내 모든 것을 아빠에게 줄게요.
10년이란 시간을 오롯이 쏟아 아빠를 사랑할 거예요.
그게 나의 재산이에요.
너무 적다고 불평하지 말아요.
그건 개의 일생 전체니까.
그럴 가치가 있느냐고 내게 묻지 말아요.
난 바보 같아서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태어나는 그날부터 아빠를 기다렸고 그 후로는 늘 아빠 곁에 있었어요.
내가 제일 괴로운 건 아빠가 늙을 때까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거에요.
내가 살 수 있게 해주세요.  (p.225)
※ ㅠ 흡....
걱정마.
내가 우주 지배자가 되면 외계인들과 제일 먼저 개의 수명을 늘여주는 알약을 개발해낼게.
10년 안에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강아지가 한국어를 구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내 몽뭉이는 몹시 애교가 없는 무뚝뚝한 성품인 개인데 그 점은 내가 애교가 많으니 괜찮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무뚝뚝한 개에게서라도 듣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주인아, 사랑해."라던가,
"라나가 내 주인이라 행복해."라던가,
"하루종일 기다리고 있었어."라던가,
개가 아무리 무뚝뚝하게 굴어도 그런 말 한 마디면 사르르 녹을텐데. ㅠ
그리고 말을 할 줄 알면 휴대폰을 하나 사주고 수시로 전화해서 지금 뭐 하고 있나 물어볼 수도 있고, 
혹여 길을 잃어버렸을 때도 연락을 주고 받을 수도 있고, 
하여간 여러모로 참 좋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옆 집 강아지들하고 내 험담을 나눈다거나,
"어제 우리 주인이 나한테 애견 소시지를 까주다 말고, 냄새가 좋다면서 궁금하다고 한 입 먹어보는거 있지?" (속닥 속닥)
그래서 옆 집 개들이 내 얘기를 주인한테도 말하는 바람에 온 동네에 다 소문이 난다거나 하면 절대 안되지. 
아, 물론 많이 먹은 것은 아니고 냄새가 하도 좋길래 호기심에 살짝 맛만 봤는데 울 몽뭉이가 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내가 이래뵈도 태생이 남달라 (4.5Kg 신생아였음) 입맛이 고급진 구석이 없지 않아서, 좀 까다롭지 않은 구석이 있다. (?)

  흠흠,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빠졌다.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주인 닮아 몹시 녀성녀성하고 조신하고 참한 우리 똥깡아지.
역시 나를 닮아서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그 섬세한 몸짓에서 종종 느끼곤 한다.
하핫, 역시 개는 주인을 닮게 되어 있달까.
  지난 주말에 마당 한 켠에 온 몸으로 봄향기를 뿜뿜하고 있는 앵두나무 꽃이 참 아름답기에,
감동에 차올라 부푼 마음으로 그 어여쁜 모습을 영원토록 간직하고 싶어 사진으로 남겨보고자 했다.
대략 7년 전에 홈쇼핑 충동 구매한 것으로 기억되는 먼지 쌓인 소니 디카를 꺼내 보았다.
한 3년 만에 작동 시키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리라.
오, 예전에 찍은 디카 사진들 날짜가 정확하게 3년 전이다. (소름)
(훗, 역시 나야. 두뇌회전이 몹시 빠르다니까(?) 아직까지 기억력이 녹슬지 않았군.)
어쨌든 디카가 잘 작동하니, 이 봄이 가기전에 꽃들도 나의 몽뭉이도 예쁘게 잘 찍어 미래의 추억으로 만들어 둬야겠다.

  끝으로 날 닮아 꽃을 마음깊이 사랑하는 우리 몽뭉님 사진으로 마무리를 해 보겠다.




부탁이야. 
아무거나 먹지 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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