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생애 - 개정판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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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사랑이 모두 적힌 책



  이 책은 마치 이 세상 모든 사랑이 담긴 '사랑의 논문'같은 책이다.
사랑의 탄생 시점부터 소멸의 순간까지 낱낱이 훑고, 각각의 사랑을 해석해준다.
낯선 그 문장들을 읽으면서 내가 들었던 생각은,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가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이내 문장을 들여다보며 뜻을 곱씹으면, 단 한줄도 공감하지 않기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렇게 사랑을 분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사랑은 명쾌하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일테다.
우리는 숙주가 되어 사랑의 지배를 받는 것이기에, 
세상 모든 사랑은 제각기 다르고, 
그 중 똑같은 사랑은 단 하나도 없기에, 
단지 우리가 정의하고자 하는 노력은 불필요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 책은 말한다. 
결국 사랑은 경험이란다. (따쉬 ㅠ)
내가 백날 연애 관련 서적을 붙들고 사랑이 무엇인지 책과 씨름을 하더라도, 사랑에 관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사랑이라는 실체없는 실재를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싶은가?
연인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드는가?
남들이 다 하는 연애를 나는 왜 못하는지 몰라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는가?
내가 진실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되는가?

  자, 사랑의 숙주가 이미 되어 있는 사람.
혹은 사랑의 숙주가 될 준비를 끝마친 사람.
아니면 사랑의 숙주가 되고파 헤매고 있는 사람.
그 모든이들은 이 사랑의 논문을 펴라.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알게 될테니.
(하지만 사랑을 아는 것과 사랑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렸다. ㅠ 흡.)








Book quotes


사랑하는 자의 말은 불가피하게 우회하는 말이다. 사랑의 말은 직선을 모른다. 아니, 모르지는 않지만 쓰지 못한다. 쓰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두근거림과 조심스러움, 즉 수줍음이 쓰지 못하게 한다. 직선의 언어는 빠르지만 날카로워서 발화자든 청자든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쉽다. 자기든 남이든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시작되는 현장에서 직선의 언어는 여간해서는 채택되지 않는다.  (p.48)


그녀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을 뒤집어서 한 것처럼 들려서 언짢기도 했다. 그녀는 남자의 사랑을 얻어내기에 미흡한 자기 약점을 하나하나 불러내기 시작했다. 많은 것들이 불려 나왔다. 그녀는 키가 크지 않았고 부잣집 딸이 아니었고 유능하지 않았고 애교가 많지 않았고 얼굴이 예쁜 편이 아니었고 눈치가 빠르지 않았고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떠올리다 보니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는 것도, 주량이 약하다는 것도, 춤을 추지 못한다는 것도 흠으로 여겨졌다. 그 모든 것들이 사랑받을 자격과 관련된 것처럼 여겨졌다.  (p.91)

※ 내 얘기 하는 줄….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는 말을 어떤 소설가는 자기 소설집 작가의 말에 쓴 적이 있다. 그런 뜻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그 말을 듣는 사람만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도 겨냥한다. 더욱 겨냥한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사람이지만 하는 사람은 하면서 듣기도 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있지만 하는 사람, 하면서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해놓고 사랑하지 안히는 더욱 어렵다.  (p.129)


행복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행복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고,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를 동경하고, 그렇지만 행복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행복한 상태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자각하지 못한다. 행복해도 행복한 걸 모르고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은 걸 모른다. 그러면서도 행복을 갈구하는 것은 행복이 있다는 것을 여러 경로의 풍문을 통해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기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간절하지만, 간절하기만 할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 하지 못한다. 방향이 없는 간절함은 제자리를 맴도는 열뜬 몸짓이 된다.  (p.151)

※ 읽다가 어지러웠지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겠다.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것은 현미경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실체, 혹은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굳이 현미경으로 볼 필요가 없고, 또 현미경으로 보지도 말아야 한다.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것을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나타난 것이 실체, 혹은 진실이지, 현미경으로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을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나타나는 것이 실체, 혹은 진실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균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손가락을 보기 위해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p.231)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 사랑하느라 바쁜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그것의 근거나 방식이 어떠한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정의도지 않는 것이 신이고 삶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p.285)






    사실 이승우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지라, 그 독특한 글 스타일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
처음 글을 읽을 때의 느낌을 말하자면 '제 입에서는…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를 글로 읽는 느낌이었달까.
좀 더 오버하자면…,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긴 기린 그림이고 니가 그린 기린 그림은 안 긴 기린 그림이다.'를 글로 읽는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러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되는 구절이 단 한구절도 없는데, 
아무 생각하지 않고 읽으면 이해가 되는 구절이 단 하나도 없었다. ㅋ

  이 책만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승우'작가의 글을 읽을 때에는 마치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긴장 시키는 것 같다.
그 긴장감 속에서 글에 매료되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에, 그 장문의 글을 막힘없이 읽게 되는 묘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은 꽤 상큼했는데, 그 마지막 문장의 끝맺음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점이 아닐까. ㅎ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내가 해냈어!'하면서 뿌듯했던 것은 정녕 진심이었다.

  책의 두께는 두껍지 않았는데 손쉽게 읽히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같은 페이지를 반복해 읽은 때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 작가의 매력을 알 것 같은 글이었다.
아니, 마치 작가의 그 매력이 스스로 글을 써낸 것 같았다.
작가의 매력을 모른다면 이 글에 매료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작가의 매력을 모른 채, 이 글의 매력을 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작가의 매력 그 자체가 바로, 이 글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가의 매력적인 글스타일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것이다.
(간장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어찌되었건, 이제 책을 다 읽었으니 배운대로 실행해야 하는 시기렸다.
나는 이제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나가, 마음에 드는 남자들에게 추근덕거려야겠다.
사랑은 머리 싸매고 있는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에, 직접 부딪히는 수 밖에!
라나: '…저기요.'
남자: '안 사요.'
라나: '아, 그게 아니라….'
남자: '도 안 믿어요.'
라나: '아뇨, 저…'
남자: '싫어요.'

…아,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황 때문에 쉽사리 용기가 나질 않는다. ㅋㅋㅋ
돈 벌어서 슈퍼카 한 대 장만하면 수 많은 남자들이 나를 졸졸 따를텐데…(???).
하아….

…꿈과 희망을 품고 우주의 기운을 모아, 로또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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