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손가락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1
김경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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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을 상기해보며



  내가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굉장히 진부한 질문이긴 하지만, 이 가벼운 책의 무게에 실려오는 진한 내용은 기존 청소년 소설의 구태의연함에 맞서기 충분하다.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학생의 의무지.' 라던가 '지금 너의 고민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 것도 아니란다.' 라는 뉘앙스의 책이 아니다.
  책 속의 주인공 '나래'의 삶은 적당히 현실적이고, 친구들 역시 독자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등장하는 어른들 역시, 적당히 무능력해서(?) 소설과 현실의 그 어디쯤 걸쳐져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19살 고3 소녀는 부모님이 모두 계시지만 '소녀가장'의 타이틀을 스스로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품을 정도로 철이 들었기도 하고, 가난에 막막하다면서도 '택시'를 탈 생각을 떠올리거나, '유료 웹소설'을 '결제'해서 읽을 만큼 철이 없기도 하다.
모든 인물들이 현실 그 어디쯤 볼 수 있고, 소설 그 어디쯤 볼 수 있겠다.
이런 것들이 나를 미소짓게 하고 그에 동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소설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바라는 미래의 방향이 있고, 저마다 가슴속에 고민을 품고 있다.
내가 그 시절이던 때에 고민하고 꿈꾸던 삶은 무엇이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본다.
정작 그 때의 나는 꿈이 있다거나, 잘 하는 것이 있다거나, 원하는 길이 있다거나 하지 않았기에….
책 속의 그 친구들이 부러웠고,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속으로 그들의 미래를 열심히 응원했다.

마치 나의 미래를 응원하듯,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서….











"사람은 열여섯 살에서 스무 살 사이에 인격이 만들어진다."  (p.7)

※ 음, 그래서 내 인격이 이렇게 모자란 것이었구나. ㅠ


잠결에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어떡해? 이번 달은 차 판 돈으로 냈지만…… 다음 달부터는……."

차를 팔다니…….

10년 넘은 고물차를 말도 없이 팔았다.

내 학원비와 바꾼 고물차.  (p.25)


"미리 써둔 글을 그날 준 주제에 맞게 고쳐서 쓰는 거야."

수진이가 그것도 몰라서 어떻게 할 거냐고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넌 그동안 써둔 것도 없어서……."

승찬이가 안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거였구나."

뭔가 시시해지는 기분이었다.  (p.70)

※ 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불현듯 내가 나갔던 대회가 떠올랐다.

대상을 받았던 학생이 감격에 겨워 울먹이며 자신의 글을 읽었다. 

그 글을 들으면서 '아, 어떻게 같은 시간이 주어졌는데 쟤는 저런 작품을 탄생시키는거지? 대단하다.'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고, 갑자기 떠오르는 불편한 기억은 '맞아. 그 때 그 친구가 읽어주던 글, 미묘하게 주제를 틀어서 쓴 글이었네?'라는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마음이 허탈했다.

미리 만들어 다듬고 다듬어둔 보석같은 글이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읽다가 만 로맨스를 읽었다.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느낌.

비루한 내 현실을 벗어나서 어디론가 데려다 줄 것 같은 짜릿한 환상.  (p.80)

※ 캬 ㅡ 난 정확히 그 느낌을 알고 있다! ㅎ


"일반 소설은 밋밋해. 특히 좋은 소설이라고 추천받고 상 받은 작품은 따분해. 그런데 추리소설은 말이야, 누군가 죽긴 하지만 그 사람을 죽인 범인이 예상과 다르게 빗나가고, 그 예상외의 범인이 죽일 수밖에 없었던 동기가 인간 본연의 이중적인 악의 편에 있을 때가 있어. 그래서 거기에 고개를 끄덕일 때 어떤 스릴을 느끼지."  (p.129)


"대학은 꼭 가야 돼!"

또 엄마와 아빠가 같이 말했다.

"대학 나와서 뭐해?"

이번엔 둘이 똑같이 입을 다물었다.

"아직도 세상을 몰라?"

엄마 아빠가 답답했다.

"대학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p.141)


불판을 갈아주러 온 남학생은 나처럼 고등학생이었다. 아직 서툴고 어린 티가 났다. 그렇지만 멋져 보였다.

자기 스스로 돈을 번다. 이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p.176)

※ 스스로 밥벌이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어른으로서 성장하는게 아닐까.











  대학은 꼭 가야하는 곳인가? 나도 대학을 나왔지만, 그 타이틀이 무에 그리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4년간 공부했던 것들이 지금의 삶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고 되묻는다면,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도랄까.
대학은 '학문'을 '공부'하는 곳이니, '직업'을 갖기 위한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대학을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는 대학에 갈 필요가 없었던 사람같다. 공부가 싫어요. ㅋㅋㅋ)

  한번 생각해 보겠다.

  모두들 대학진학을 '의무교육'인 마냥 중요시하니, 나도 최대한 점수 잘 맞춰서 좋은 대학을 가려는데…
대학교가 좀 이상하다.
캠퍼스 크기와 건물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자꾸 이상한 이름의 학과를 새로 설립해서 학생을 왕창 뽑아 놓는다.
취업이 안된다고 하도 뉴스에서 떠들어대서, 취업 잘 되는 학과를 만드는 것일까?
(아니, 왜 대학에서 그런 학과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기술은 대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상하게도 신설학과 이름들은 하나같이 '학문공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내 보기엔 비로소 '기술전문교육 4년제 대학교'가 탄생하는 것만 같다.
급히 만든 학과들은 커리큘럼을 보는 순간 '이 비싼 등록금을 왜 지불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 정도다.
자, 그럼 대학(기술전문교육 4년제 대학교)을 어찌저찌 졸업만 잘 하고나면, 일명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이 부분에서도 '고졸'과는 다른 '대졸'의 직업이 있는지가 의아하다. 직업의 귀천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웹툰, 웹소설 작가들은 예술가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세상은 자꾸 변해가는데, 언제까지고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최고일 수 있는 것일까? 의사? 변호사? 교사? ㅎ)
  어쨌든 본인 점수에 맞추어 진학했던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제야 제대로 밥벌이 좀 하려나 했는데…
이번엔 취업 구조가 좀 이상하다.
'대졸에 걸맞는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어른들 참견에, 좋은 기업을 좇다보면 '스펙'이 필요하고 '경력'이 필요하단다.
그럼 대학 다니면서 자격증 공부하고 외국어 시험보고 인턴 생활하다보면, 대체 그 바쁜 와중에 '학문 공부'는 언제하는 걸까?
  대학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는 순간, 대학생활은 '학문'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학점'을 위한 스펙의 한가지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직원을 뽑는 기준이 잘못된 것일까?

  회사에서는 이왕 사람을 뽑을거면 '기본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중에 직원을 뽑고 싶다.
'기본적인 소양'은 아마도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보면 알 수 있는가 보다.
'의무교육'인 고등학교와 달리 성적에 따라 나뉘어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이 '거의 의무적'으로 진학을 하다보니, 대학교 간판이 곧 그 사람의 '소양'이 되어 버린다.
  그럼 회사는, 사람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를 보고 신입사원을 뽑으면 된다.
실력에 나뉘어 대학에 갔을텐데, 뭐하러 면접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평가하겠는가.
그런데 비슷한 '소양'의 대학 출신들이 지원서를 보내오니, 이번엔 학점, 자격증, 영어점수, 대외 수상등으로 순위 매겨 뽑는다.
어차피 면접보고 결정할 것인데 전부 다 면접을 보기엔 인원이 많으니, 이미 매겨진 순위로 일정 사람만 골라 면접을 보겠다는게 불공정한 것일까?
  그렇게 직원을 뽑다 보면, 이 사람 뽑으나 저 사람 뽑으나 제대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가르쳐야 하는 것은 매 한가지라는 결론에 이른다.
신입사원은 입사 직후 제대로 일하기 어려운 이유로, 이는 곧 회사의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므로 이제는 '경력사원'만 뽑기로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 어떤 목표로 가는지, 무슨 공부가 하고 싶은지.
우리는 더 이상 대학을 '의무교육'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어찌 그리 대학 수가 늘어나고, 캠퍼스가 늘어나고, 학과가 늘어나는지 모르겠다.
학비는 날로 비싸지는데, 과연 빚을 지고 대학을 갈 정도로 중요한 교육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어째서 모두들 하고픈 것이 아닌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가야 하는지, 나도 '대충' 대학을 다녀와서 그런지 그 '답'을 도무지 모르겠다.


  수시로 바뀌는 세상 속에서 어른이 된 우리도 정답을 알 수가 없다. 
아니, 그 전에도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계속 변모하는데 답안 또한 변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예로부터 불변하는 진리처럼 남아있는 굵직한 삶의 루트가 아직도 굳건히 존재하긴 하지만, 우리보다 더 먼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큰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다.

  대학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해보라.
대학에서 배운 지식들은 진정으로 학문적 가치가 있었고, 대학에서만 얻을 수 있는 배움이었으며, 대학 시절을 보낸 뒤 삶의 성찰로 응당 그 기간을 뜻있게 보냈기에, '등록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이 질문에 진심을 다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단 나는 절대 아님. N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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