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새삼 느끼는 신문 활자의 중압감



  아버지가 틀어놓은 TV 뉴스에는 오늘도 역시나, 정치인에게 기를 쓰고 벌떼같이 달려드는 수많은 기자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나도 모르게 화면 중앙부를 차지한 정치인이 아닌, 그 주변을 메우며 마이크를 들이미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자들에게 눈이간다.
  평소의 나는 애당초 뉴스에는 관심도 없었다. 정치나 사회 사건·문제 등, 언제나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가득한 매체에 관심을 쏟기는 힘든 일이 아닐까. 스포츠에도 그닥 관심이 없으니, 뉴스를 보는 낙을 모를 수 밖에.
  그렇다면 신문은 어떨까. 나에게 조간 신문이라는 물건은 마치 구석기 시대의 유물과도 같아서, 어릴 적 할아버지 손에 들려있던 한글과 한문이 뒤섞인 '내가 못 읽는 글' 쯤에 불과하달까. 일단 내 아버지조차 신문을 읽지 않으니, 신문이라고는 지하철에서 출근길에 보이는 무료신문이 내가 가장 잘 아는 신문이겠다. 그마저도 지하철에서 이북을 켜는 나에게는 관심밖의 산물이긴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관해서는 신문의 기자보다 영상매체의 한 쪽 화면을 차지한 기자를 떠올리곤 했는데, ( 혹은 추위 속에 눈을 맞았을 박대기 기자 같은 분들 ㅠ )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진정한 '기자' 라는 근본적인 직업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건이 발생하면 발로 뛰어 현장을 확인하고 왜곡과 은폐없이 기사화하여, 사회적 책임을 이고가는 기자들의 노고에 관해 알게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마법처럼 문 앞에 놓인 신문에 간 밤에 일어난 숱하게 많은 사건들이 새겨 진 것은, 한 밤중에도 활발히 활동했을 '인터넷'의 세계와 분명 다른 무게가 있다. 이제는 누구든 SNS 로 특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고 블로그에도 주목을 끄는 다양한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지만, 기자와 일반인에게 주어지는 사명과 책임은 그 무게부터가 다르지 않은가. 
신문으로 매일 찍혀 나오는 그 활자들의 무게에는, 실시간으로 밀려나는 '인터넷 뉴스'와 스쳐 지나가는 속보 영상의 'TV 뉴스'와는 다른 중압감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역사의 한 조각이 될 신문의 무게를, 나는 혼조 마사토의 추리소설 '미드나잇 저널'에서 격렬히 느꼈다.







"무슨 소리야. 그만큼 스펙이 좋은 남자를 겨우 여섯 살 아래라는 이유로 차 버리면, 두 번 다시 좋은 남자 못 만나. 남자는 나이가 몇 살이 되었든 어린애나 다름없다고."  (p.43)
※ 정말?


재빨리 문자를 찍고, 한 번 읽어 보고는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망설임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낸 문자가 상대방 휴대전화에 도착했다고 느낀 순간, 혹시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인생을 달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p.51)


"영향력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발행 부수가 줄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요. 그래도 아직 읽어 주는 독자가 있다고요. 우리가 취재를 하지 않으면, 그 독자들은 알 수가 없어요."  (p.156)
※ 무슨 일을 하던, 이렇게 사명과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다카미야 마미의 시신이 발견된 후, 딸이 집에 오지 않았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비난이 한층 심해졌다. 인터넷에서는 실명과 학창 시절의 평판, 남자관계까지 폭로되었다. 슬픔에 젖어 있음에도, 어머니는 가해자 취급을 받았고 할아버지는 세상에 사죄했다.  (p.294)
※ 인터넷은 양면의 날을 가진 문화임을 실감한다.


독자에게는 모든 신문이 똑같이 배달되지만, 기자들은 주오의 특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타로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 듯하다.
유리도 그것으로 충분했다.  (p.529)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눈에 익지 않아 수시로 책 앞장에 붙은 인물 관계도를 들여다 보고, 낯선 지명들의 궁금증을 첨부된 지도에서 찾아 해결하니, 수월하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배려가 독자에게 얼마나 따뜻한 배려로 느껴지던지. (고마와요)

  추리소설이 탐정의 전유물이 아닐 수 있다는 깨우침을 준 책이다. 기자들의 삶을 생동감있게 써내려가고, 긴박함을 놓치지 않아 추리물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무거운 눈꺼풀에 떠밀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 때쯤. 문득 뒷 내용이 궁금해서 눈을 반짝이며 다시 불을 켜고 읽기도 했다. 
  꼭 범인을 잡아넣는 형사가 아니더라도, 진실을 뒤쫓는 그 치열한 노력과 빠른 전개는 현실감각으로 와닿는 기자의 삶과 허구의 소설 사이, 그 어느 틈에 나를 빨아들여 흥미진진하게 마지막 장까지 이끌어 주었다.
  현실같은 소설이라서 일까. 소설같은 현실 때문일까. 수 많은 정보 앞에 진실을 가려내는 기자들의 삶이 이토록 독자들의 흥미를 이끄는 것은, 어쩌면 시대적 흐름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까.
  분명한 것은 간

밤에도 'Journal' 을 위해, 잠 못 이룬 기자들이 현실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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