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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평점 :

1년을 준비하게 만드는 로맨스
완벽한 1년이 준비된 다이어리가 내 손에 들어온다면 어떨까? 이 '다이어리' 가 '데스노트' 보다 끌리는 나는 정녕 '내 손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귀찮은 나태한 인간' 이 틀림없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다이어리' 존재에 얼마나 두근두근 했는지 모르겠다. 요나단이 하나씩 다이어리의 지시를 실행에 옮길 때 마다, 묘한 만족감이 뒤따르기도 했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한강 근처 어디쯤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돌아왔을 때 자전거 손잡이에 다이어리가 들어있는 가방이 걸린 모습을 상상만해도, 가슴속이 금새 짜릿해진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한번쯤은 나같은 상상을 해보지 않을까?
오늘부터 자전거를 타러 한강 자전거 도로를 나가야겠다. 적당히 훈내나는 남정네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면, 몰래 그 뒤를 밟아 다이어리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그의 자전거 손잡이에 걸어 두고 도망치리라. 물론 다이어리엔 적당한 스케줄 하나만 적어둬야지.
가령, '1월 7일 오후4시 반미니 (반포 미니스톱)' 정도가 어떨까. 그는 다이어리를 돌려주러 올거고, 우리는 오붓하게 라면 한사발!
( 만약 안오면, 나 혼자 ㅠ )


나를 꼭 닮은 두 명의 주인공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라는 무한 긍정주의 한나 마르크스 (Marx)'와 '함부르크 신문사에 매번 오류를 지적하는 메일을 보내는 요나단 니콜로 그리프' 이 두사람의 전혀 다른 성격을 나는 둘 다 가지고 있다. 물론, 한나의 참을성 없는 급한 성격과 요나단의 잔인한 폭언을 닮은 것이 아니라 참 다행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성격의 부분들이 두 주인공에게 입혀진 장면을 읽을 때마다, 더 깊이 공감하고 집중하고 마치 내 이야기인양 흥분하고 주책을 떨었다.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고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책 띠지에 있던 내용이 과장광고가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스릴 넘치는 로맨스 소설>
아니, 어떻게 추리소설보다 스릴이 넘치는 로맨스가 있다는 거지?
여기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린 모두 죽은 사람들이야." (p.213)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야." (p.233)
"아까도 말했듯이 편하게 마음껏 이용하세요! mi casa es su casa (내 집은 당신 집입니다)."
"오, 이탈리어 할 줄 아나?"
"스페인어입니다." 요나단은 웃었지만 자신이 이탈리아 말도 못한다는 생각에 잠시 슬퍼졌다. (p.245)
"때로는 너무 끔찍해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사실인 경우가 있어." (p.253)
"아주 간단한 문제야. 한 가지 알려주겠네. 내가 인생에서 배운 게 하나있다면 그것은 자기가 열망하는 일만 하라는 거야. 그밖에 다른 건 쓸데없는 짓이야. (p.273)
있긴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한 게 있다. (p.279)
"네 생각을 조심하렴. 생각은 현실이 되니까." (p.284)
※ 왜인지 못된 생각을 할때 나도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뜨끔하곤 한다.
생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우리의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p.292)
※ '미 비포 유' 의 윌이 떠오르는 문장

이 책은 오랫만에 읽은 번역 소설이었다. 요즘 소설은 계속 원서로 보고 있던지라, 이 책의 몰입도가 높았던 것은 단순히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정말 광고 그대로다. 플롯도 좋았고, 진행도 두근두근 했다. 아마도 영어 원서로 읽었어도 비슷했을 것 같다. 내가 나중에 독일어를 배운다면 독일원서를 읽을 수 있겠지? 지금 생각나는 독일어라곤 '당케' 밖에 없는 이 아쉬움. 그리고 책에서 얻은 진리 하나! 역시 '이탈리아' 피가 섞이면 잘 생겨진다는 것? ㅎㅎ
이 소설은 아주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이 운명이란 것이 나에게도 찾아올까? 내가 지몬처럼 용기를 잃는 날이 오게 되면, 나도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 한나와 리자 같은 우정을 나도 나누게 될까?
두 주인공의 인생을 아우르는 이 기묘한 삶.
'당신의 완벽한 1년' 속에는 운명과 같은 삶이 있었다. 그 삶 속에는 역시 사랑이 있었다.
사람은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나는 작가가 '지몬 클람' 의 '오래된 빨간 포드 머스탱' 이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샤를로테 루카스' 라는 필명으로 내주면 어떨까 하는 재미난 생각을 했다. 그렇게 좋은 차를 지몬이 몰기전엔 어떤 사람이 소유했을까? 혹은 레오폴트가 팔아버린 뒤, 누가 이 멋진 머스탱의 주인이 되었을까? 머스탱이 다음 소설에 또 등장한다면 근사하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한 때, 머스탱이 나의 드림카였는데... 아무래도 독일어를 좀 배워서 비프케 작가에게 편지를 한통 보내고 싶다. '지몬의 머스탱이 궁금해요.' 라고.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