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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평점 :
당신에게 망망대해란 무엇입니까. -9p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니 편안한 기분이 되었는데 무책임한 기분이란 언제나 이렇게 안온한 것인가. 연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18p
예감이란 구름이나 안개처럼 스며들어 연기가 되어 흩어지는 것이니까. -62p
시간 외에는 업무를 잊을 수 있는 직책이었다. 성과가 명료하게 드러나거나 티가 나는 일이 아니었는데 그는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변이가 시작된 것은 그즈음의 일이었다. 어쩌면 그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삶이 시작되려 할 즈음. -102p
"다음 구름에서 쉬어 가요.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곳에서.“ -1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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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끝난 뒤에도, 세계가 끝난 뒤에도 ‘이후’가 있다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
문장과 문장을 천천히 음미해서 읽게 되고, 문장이 그리는 상황과 배경을 상상하게 된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의 해변여관에서 연과 천의 이야기를 이 겨울에 읽으니 그 온도가 묘하게 미지근하게 따뜻하다.
감정에 지배되어 과격해지는 것보다 차분하게 침잠하여 단순하게 처리하는 것을 동경하는데 연과 모수, 천과 한나가 그러했다.
예감, 시간과 기록에 대한 문장들이 기억에 남는데, 하루하루가 똑같은 날 처럼 보이지만 지구가 생긴 이래 똑같은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는 것, 파도가 매일 치지만 같은 모양의 파도는 한번도 없었다는 것, 하늘빛도 얼굴빛도 같은 순간은 없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오늘도 나는 다른 하루와 순간을 살아가고, 그 순간을 사랑해야겠다는 잔잔한 마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