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이야기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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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꼭 땅 밑에만 있는 게 아니야. 이 세상 어디에나 있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각각 존재하고 있지. 평범하게 사는 사람의 바로 옆에 지옥에 떨어진 망자들이 있는 거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조용히… -14p


거룩하고도 심오한 노랫소리였다. 그런데 그 안에는 악마적인 느낌을 주는, 벌의 날갯짓 같은 소리가 섞여 있었다. 본래의 목소리에 그림자처럼 딱 달라붙어 있는 배음이다. 한 사람이 동시에 내는 목소리일까? -169p


현대 호러 일인자의 공포를 극대화한 기담집 <가을비 이야기> - 


작품 하나하나에 들이는 공이 커서 과하게 작업하시는 것으로 유명한 기시 유스케 작가의 신간이다. 


유독 추워지는 날씨라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그 온도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그 스산한 추움과 싸늘함의 온도가 같은 숫자의 온도라도 느낌이 사뭇 다르다.


가을비 이야기는 비가 내리는 가을의 스산한 날씨를 배경으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농락당하고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공포스럽게 그려내었다.


4가지 기담집중 <#백조의노래> 가 가장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린 사가 헤이타로의 유일한 즐거움은 미쓰코 존스의 노래를 듣는 것인데, 너무 감동한 나머지 탐정을 고용해 사건을 조사하며 무명 가수가 남긴 노래에 숨겨진 비밀속 절망을 알게되는데 그 과정에서의 공포를 담았다.


“진짜 지옥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야”


살인과 피흘리는 귀신이 난무하는 공포보다 현실에 가까운 지옥의 삶이 더 처절하게 무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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