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루비 / 박연준 / 은행나무 #beliciabooks #도서지원 #벨리시아의1분독서타임랩스


나는 녹지 않는 여름이었다. 녹을 기회가 없었다. -12p


유년이 시절이라는 것. 유년은 ‘시절'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 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 놓는다. -80p


어린 여자애들은 늘 어린 여자애들에게서 배운다. 날개, 피, 삶의 하찮음에 저항하는 법.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법. -128p


눈앞에 펼쳐진 ‘누군가의 시작'을 본 게 처음이었다. 사람이 태어나 사는 일을 시작할 때 처음 지니게 되는 것. -136p


✱ 

너무나 기대하고 기다린 박연준 시인의 #첫장편소설 <여름과 루비> - 


택배배달사고가 나서 3일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내 책이 무사하고도 조용하게 스스로 집을 찾아 돌아왔고, 그래서 더없이 소중했다.


여름과 루비는 주인공 여름이와 친구 루비의 유년시절의 이야기다. 엄마가 없는 여름이는 철없는 아빠, 엄격한 고모와 살다가 이제 막 어른이 되어 어리둥절한 16살 차이가 나는 철부지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여름이는 새엄마가 싫고, 새엄마는 헌자식이 싫다 -


어린아이의 시선을 쫒아 어른이라고 불리기엔 여전히 어색하기만한 어른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유년시절을 떠올린다. 불완전하고 어설펐던 유년시절의 생각과 추억들이 소록소록 얇은 연기처럼 몽글 되살아 나는 느낌이다.


그중에서 너무 좋았던 부분은, <찌그러진 풀처럼 사람을 눕게 하는 감각> 에서 엄마없이 초경을 맞이한 여름이가 빨간 떡볶기를 먹고 있는 사춘언니 겨울에게 생리대 사용법을 묻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초경의 불편한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한 부분이 처음의 그 날 불편하고도 알싸한 배를 부여잡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던 그때가 완벽하게 재생되었다.


맑은 문장들이 모여 졸졸졸 산속에서 흐르는 청명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해당도서는 @ehbook_ (#은행나무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으로 지원받았으며,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제작된 영상 콘텐츠입니다.]


#여름과루비 #박연준 #은행나무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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