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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평점 :

비행사 /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beliciabooks #도서지원
나보고 떠오르는 것들을 모두 메모하라고 했던 가이거도 메모를 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 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어쩌면 단어들은 실과 같아서, 잡아당기다 보면 기억속에 감추어진 모든 것이 딸려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39p
엄마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오니, 애야.” 아빠는 내 손을 찾아서 살짝 쥐었다.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단 말인가! 그 순간이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105p
가이거는 나의 생물학적 연령이 대략 서른 살이라고 했다. 액체 질소 속에서 나는 거의 늙지 않은 것 같았다. -173p
내가 살아서 돌아올 때까지 살아 있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나는 행복했다. 나는 기저귀를 접어서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248p
그녀에게는 봄의 정원이 있지만, 내 가슴속에는 이런 심연이 있다. 나는 삶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한다. -3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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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한 처음에는 기억을 잃은 주인공 ‘인노켄티 페트로비치’처럼 나도 어리둥절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어떻게 된거지?
일단 의사가 기억에 나는대로 모두 다 적으라고 하였으니 인노켄티는 일기를 계속 썼고, 나도 그 일기를 마냥 읽었다.
남기고 있는 일기를 읽다보면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 하며...
인노켄티는 1900년에 태어나 30살 즈음에 냉동되어, 1999년에 해동된 사람이다.
그는 1900년대 초 혁명의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며 자레츠키의 사망하는 사건 때문에 비극이 시작되고, 솔로베츠키 제도의 섬에서 강제수용되어 노역을 하다 세키르나야산의 징벌방에 있다가 스탈린에 의해 라자리라는 냉동 실험 재료가 되어 냉동이 된다. 그후 60년만에 기적적으로 해동되어 살아난다.
생물학적 나이 30세의 인노켄티가 93세가 된 옛 연인 아나스타샤를 그리워하고 찾아가는 장면을 꽤나 천천히 읽었다. 병원에 찾아가 첫 만남으로 한 행동이 이틀동안 갈지않은 기저귀갈이였지만, 매우 아름다웠다.
- 1부에서는 인노켄티 혼자 일기를 쓰지만,
- 2부에서는 인노켄티, 가이거 (의사), 나스챠 (아나스타샤의 손녀, 인노켄티의 새연인)이 함께 일기를 써서 한 사건을 입체적으로 담는다.
가령 예를 들자면, 냉동식품 회사의 광고를 찍은 날의 이야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러시아의 SF소설인데 매우 실제처럼 읽혔다. 읽히는 속도는 느렸지만 책을 자주 펴고 (점심시간, 출퇴근지하철, 저녁식사후 잠들기전) 꾸준히 읽을 정도로 내용이 궁금했다.
방대한 범위의 한권에 담아낸 한 세기에 걸친 러시아의 근현대사가 한권에 담겨있는 듯한 책이었다 -
[해당도서는 @ehbook_ (은행나무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으로 지원받았으며,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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