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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1
홍석중 지음 / 대훈닷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회사 아저씨한테서 황진이 1,2권을 빌려서 읽었다. 1권을 읽고나서 2권을 빌리는데까지 거의 두 달이 걸렸기 때문에, 지난 토요일 2권을 펼치면서 지난 이야기가 기억이 날까 잠시 의심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바로 황진이의 이야기속으로 빨려들었다. 홍석중의 문장이란! 어쩜 저리도 일상적인 얘기를 저렇게 재미있게 표현해낼 수가 있담? 게다가 천천히 소리내어 따라 읽으면 사설을 풀어놓는듯한 말의 리듬이 느껴진다.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북한 용어들이 간간이 섞여있었지만 전체적인 글의 맛을 떨어뜨릴 정도로 의미가 통하지 않는 일은 없었다.

난 황진이를 읽으면서 내심 사람으로서의 황진이가 아니라 '영웅'으로서의 황진이를 바랬나보다. 상황이 점점 비극으로 치닷는 속에서도 이제 곧 황진이가 뭔가 기지를 발휘하여 극적으로 상황이 해결되겠지라는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결국 어쩔 수없는 양반들의 위선과 거짓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이 나는 부분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만든 그 양반놈보다도 어리석게 실마리를 제공한 황진이가 더 밉고 야속했다.

역시 사랑을 하면 안되나보다. 수많은 남의 사랑을 가지고 놀며 조롱했던 황진이가 자기자신의 사랑을 자각하자마자 그처럼 어리숙하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리다니. 제 3자로서 보는 것은 뭐든지 쉽고 명확해보여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사랑의 속성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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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칸토 1
앤 패챗 지음, 김근희 옮김 / 민음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앤 패챗의 '벨칸토'. 특이하게도 '리마 신드롬'을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페루의 일본대사관에서 일천황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던 날, 반군 게릴라들이 대사관을 장악하고 넉 달에 걸친 인질극을 벌였던 것이 리마 신드롬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오랜 인질극 와중에 반군 게릴라들과 인질들 사이에 상당한 인간적 공감이 이루어졌고 특히 문명의 세계를 처음 접하다시피 했던 반군 게릴라들이 인질들에 동화되어 인질과 테러리스트의 관계를 떠나 하나의 평화로운 세계를 이루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페루의 부통령 집에서 일본 거대 그룹 회장의 생일잔치를 하는데, 그를 불러오기 위해 세계 최고의 오페라 가수가 동원된다고 설정하여 보다 로맨틱한 스토리를 위한 장치를 갖추었다.
 
대통령을 인질로 삼아 투옥된 동지들을 석방시키려던 반정부 테러리스트들은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좋아하는 TV드라마를 보기 위해 파티 참석을 취소하는 바람에 목표를 상실한 채 대규모 인질들을 관리하며 무의미한 인질극을 계속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닫혀진 공간 안에서 새로운 질서들이 생기고 회장 전속 통역사인 겐이 다국적 인질들-테러리스트-국제적십자사 간의 의사소통을 담당하면서 겐을 중심으로 하는 이성과 논리의 세계와 거칠것없는 오페라가수 록산이 지휘하는 음악과 감성의 세계가 공존하게 된다.
 
겐은 17살짜리 어린 여자 테러리스트와 사랑에 빠지고 록산은 음악에 대한 내밀한 열정을 지닌 일본인 회장과 사랑에 빠진다. 겐은 자연스럽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같은 인질극의 질서 안에 남는 것을 택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햇빛을 쬐며 운동을 하고 오페라가수가 어린 테러리스트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소리를 듣고 직접 닭을 손질하여 요리를 하다가 테러리스트 장군과 체스게임을 하고, 밤이면 정원의 수풀 속이나 식기창고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그런 생활이 영원할 것이라 착각했었다. 그 미묘한 균형을 깨뜨릴만한 어떤 일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상적이던 어느날, 갑자기 난입한 특공부대에 의해 테러리스트들은 모두 살해되었다. 그 꼬마가 얼마나 특별한 목소리와 음악적 감수성을 가졌는지, 그 어린 숙녀가 얼마나 우아한 아름다움과 명석한 두뇌를 가졌는지 그런 것은 채 설명될 기회조차 없었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살아남은 인질들에게만 뼈아프게 기억될 것이다.
 
두권에 걸쳐 느릿하고 우아하게 전개되던 스토리가 불과 두어장에 걸쳐 급작스런 파국을 맞은 것이 나에게도 못잖게 충격적이었다. 겐과 카르멘의 조심스런 사랑, 록산과 회장의 비밀스런 열정, 꼬마 가수의 자랑스러움과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인질들의 따뜻한 시선들을 따라가고 있다가 모든게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그런 식으로 끝날 일이었다. 인질극은 성공률이 극히 낮은 도박이다. 따지고보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 그러한 Sudden Death로 끝맺도록 되어있다. 한나절 멍하니 있었다. 묘한 상실감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계층간의 갈등이나 빈곤의 문제, 음악이나 예술이 가진 근본적인 매혹의 힘같은 걸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삶의 다양한 측면들이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비극을 생각하게 했다. 타의에 의한 sudden death라는...
 
뭐 책을 읽고 무얼 생각하는 지는 전적으로 내 문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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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에 가서 한가롭게 뒹굴거리면 읽을만한 소설들. 주로 일본소설들이다. 요즘의 일본소설들은 잘 구성된 일본만화와 거의 동등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_-;;; 일본 만화 한 질을 들고 찜질방에 가는 게 부담된다면 이 리스트의 소설들을 주목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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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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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3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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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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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고루 기담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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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심상을 건드리는 제목, 또는 어디선가 본듯한 특징적인 리뷰, 그도 아니면 새로이 좋아하게 된 작가의 예전 책들... 정말 읽고싶은 책이지만 읽을 수 없어서 더욱 달콤하고 유혹적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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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학원신서 4
칼 세이건 지음, 서광운 옮김 / 학원사 / 1997년 7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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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양사 1
Reiko Okano / 세주문화 / 1997년 2월
2,500원 → 2,250원(10%할인) / 마일리지 1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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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라비안 나이트 1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1997년 7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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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더글라스 아담스 지음 / 새와물고기 / 1995년 5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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