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의 별 1
김혜린 지음 / 길찾기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중학교 때 미친듯이 좋아했던 만화가 이 '북해의 별'이다. 내 평생 유일무이하게 팬레터를 써본 것이 이 만화의 작가 김혜린에게 보낸 편지였고 답장을 받고서는 설레어서 잠을 설쳤었다. 사회과부도를 샅샅이 뒤져 '보드니아'라는 단어를 찾아 헤맸고-하나 찾았다. 보드니아만이었던가?- 혹시나 싶어 시민혁명기의 유럽사에서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하여 관련 책을 찾아 읽기도 했었다.

실버블론드의 유리핀 멤피스는 내 소녀시절의 우상이었다. 나이가 서른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에 갑자기 이 만화책이 그리워진 것 뭐였을까? 잃어버린 소녀시절에 대한 향수였을까?

배달된 만화책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북해의 별이 시민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이었던가? 1권에서부터 유리핀 멤피스는 정적들에게 제거당해 유형소로 끌려가고 있지 않은가? 애달픈 공주 에델라이드와의 만남은 에델라이드의 돌잔치를 포함하여 겨우 몇 번, 페이지로 따져도 서너장을 넘지 않았다.

왕가에 버금가는 명문귀족, 왕위계승서열 4위, 훤칠한 키에 조각같은 얼굴, 실버블론드의 긴 머리에 우수어린 눈빛. 게다가 유리핀 멤피스는 민중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다 결단력과 조직력, 희생정신까지 갖추었다. 무엇보다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 모든 조건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점이다.

단숨에 소녀들의 로망을 채워준 이 주인공은 만화책 첫 권부터 정치적 음모에 휩쓸리더니 유형을 가고 민중의식을 받아들이고 조국을 걱정하면서 혁명 세력을 규합하더니 삼부의회를 주도하고 결국 시민의회를 소집하기에 이른다. 프랑스 혁명사를 공부하면서 지긋지긋해했던 소녀들이 이 어이없는 만화에 울고웃었던 것은 모든 조건을 한 몸에 가진 주인공 유리핀 멤피스의 매력 때문이었다.

작가는 누구나 뿅갈 정도로 매력적인 주인공 하나를 던져놓고 시종일관 무거운 줄거리와 내용들을 들이민다. 이 모든 것을 다 감수하다니 정말 넓고도 깊은 소녀들의 포용력이며 끝간 데를 모르는 소녀들의 로망이다. 유리핀 멤피스에 빠져서 감수성 예민한 소녀들이 시민혁명사의 사건들에 울고 웃다니... 여자는 남자만 좋으면 그 모든 상황과 조건을 다 받아들인다는 속설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면...너무 오바인가? 어, 돌은 던지지 마시라.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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