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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중년 남자와 어린 소녀와의 사랑과 성애를 다룬 소설...로 알고 봤지만 열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이건 불쌍한 험버트 험버트의 죄의식과 사랑, 정욕, 공포, 질투로 점칠 된 회고록이다.
험버트는 기댈 곳 없는 롤리타의 약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성욕을 채우고, 그녀를 소유하려고 한다. 롤리타는 자신의 삶을 파괴한 험버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절망하며, 반항하며 길러진다. 롤리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험버트에게 연인으로서의 애정은 없다. 이 소설은 그런게 아니다. 있는 건 험버트의 우울하고 질척이는 고해뿐이다.
네타주의 (숨긴글)
그렇다면 험버트는 비도덕적인 소아성애자일 뿐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험버트는 자신의 이상 성욕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도덕의 테두리 안에서 이를 매우 능숙하게 컨트롤 하고 있었다. 욕망이란게 그가 원해서 생겨난건 아니지 않는가? 그걸 조절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도덕적이며, 모범적인 시민으로 칭송받을 만하다.
험버트는 롤리타와 함께 있고 싶어 마음에도 없는 샬로트의 청혼을 받아 들였고, 자신과 롤리타를 떼어 놓으려는 샬로트에게 살의를 느끼지만 살해하지 않았으며, 샬로트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 롤리타와 둘만 남게 되었어도 그녀를 수면제로 재운 후 애무만 즐겨서 롤리타의 순수성(육체적, 정신적 양쪽의)을 지켜 줄려고 했다.
그는 그의 도덕을 지켰다.
그가 정념의 노예가 된 계기는 롤리타의 유혹과 처녀가 아니란 고백 이었다. 그의 처절한 노력으로 채워둔 고삐는 이렇게 풀려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험버트는 소아성애자로서 롤리타를 성욕의 대상으로만 바라 봤는가? 아니다!
나는 험버트와 롤리타가 재회했을 때까지 험버트가 롤리타를 정말로 사랑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확신한다. 험버트는 롤리타를 사랑한다.
이젠 님펫이 아니지만, 이젠 내 것이 아니지만, 이젠 남의 아이를 품고 있지만, 이젠 나를 거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롤리타. 나의 카르멘이여...
코믹 LO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에 번민하는 진성 로리콤이라면 험버트 박사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건 피상적 공감 뿐. 하지만 마지막에서야 드러난 험버트의 사랑은 진짜였다. 사랑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