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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8월
평점 :
우리 젊은 20대 청춘을 울고 웃고 분노케 만드는 김현진이 돌아왔다. 그의 블로그Karen's only yesterday가 닫히는 바람에 섭섭했던 블로거 분들이 계시다면 오랜만에 그 고유한 즐거움을 고스란히 다시 느껴 보시길. 수다떠는 척 능청스럽게 현 정권을 꼬집고, 우리 20대 여자들을 무조건 안아주는 것 같다가 '네 안에도 마초가 있지는 않느냐'며 몸 속 깊은 치부를 쿡 찌르는 게, 예전보다 더 독자를 쥐락펴락한다.
블로그는 들여다 본 적이 없더라도 <시사IN>이나 <한겨레>에 실린 김현진의 칼럼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불어 그 통쾌함에 낄낄 웃었던 기억까지 있다면 이 책을 덮는 순간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게 될 것이니, 김어준 총수는 이 한줄로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를 추천한다. "이만하면 이건 연애인류학보고서라 봐야 한다. 박수!"
김현진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어제는 기륭전자 단식 현장에 얼굴을 불쑥, 오늘은 인권영화제 사회자로 또 불쑥, 또 다른 날엔 MB장로님께 장문의 편지를 떡하니 바치는 언니, 몸이 두 개인가요? 행동하는 20대 여성이니, 퀭한 눈으로 (별로 내키지도 않는)백 번째 입사 원서를 쓰다 말고 누가 봐도 (심지어 내가 봐도) 찌질한 남친과 헤어진 기억에 눈물을 줄줄 흘리는 나 따위, 절대 이해해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 필!독! 이 언니가 눈화장 짙게 하고 큰소리 팡팡 친다고 해서 정 없고 엣지만 있는 독한 여자는 아니란 뜻이다. 같은 여자끼리당신이 남자라면 '같은 사람끼리'라 읽는다 근거 없는 편견으로 속단하지 맙시다. 안 그래도 이 언니, 온갖 자질구레한 일로 상처 많이 받은 소심한 A형이더이다.
김현진이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을 자랑하는 MB시대의 20대를 대변할 능력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라는 제목만 봐서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 남자에게 전화하지 마라'를 필두로 한 '20대 여자 어째라 저째라'하는 다른 책들과 큰 차이를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당신, 아래에 주목해 주세요.
1. 김현진은 '똑똑하게라고 쓰고 경제적으로라고 읽는다 사랑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사랑이 마음대로 되니? 다들 멍청하게 사랑해. 내가 손해보면서 멍청이를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한 채 엉엉 울게 되지. 그게 사랑이야. 나도 매번 그래. 너도 그렇니? 괜찮아. 우린 살아있잖아. 다음에는 우리 좀 적게 상처받도록 하자."고 등을 토닥인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 남자에게 전화하지 마라' 를 읽고 "마음대로 안 되는데 어떡해! 나만 이렇게 상처받으며 사랑하는 거야? 그래서, 나 잘못된 거야?" 소리치며 자신을 미워하게 된 분들이라면 이제 이 책을 펼쳐라.
2. 나랑 같은 방식으로, 혹은 나보다 더 찌질하게 사랑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매번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연하남을 먹여 살리느라 등골 빠지는 당신, 중고딩 때는 남 선생님이 좋더니만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자꾸 유부남에게 마음이 가는 당신, 별 다를 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밤이면 이태원 바에 한자리 차지하고 남자를 기다리는 당신, 애인도 좋지만 술이 더 좋은 당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런 카테고리 안에 쏙 들어가는 존재라면 큰 위로를 받을 것이고, 만약 저런 사랑을 흉하다 쑥덕대며 그녀들에게 돌을 던졌던 존재라면 그 돌에 맞은 가련한 영혼들의 고백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것이다. 자~ 이제 우리 '같이' '살아' 보자.
3.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차이점이자 장점은 바로 김현진만의 필력! 여기서 그에 대한 칭찬을 '내 사투로 내가 늘어 놓'아도 식상하고 지루한 미사여구가 될 것이기에 직접 서점으로 달려가 알라딘 미리보기도 좋고! 한 페이지라도 읽어 보시길 바란다. 우리 시대의 시인 김경주가 "그녀의 글은 항상 뛰어난 위트와 풍자를 놓치지 않고 어떤 '현상'을 교묘한 밸런스로 교란하고 벗겨낸다"고 칭찬했다면 조금 더 호기심이 생기시려나?
이 책은 'B급 연애 탈출을 돕는 연애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같이 살자'인가 보다. 그 메시지가 마음에 꽉 차 도통 빠져나가지 않는 걸 보니. 네가 울면 내가 달래 줄게, 내가 울 땐 네가 달래 줘. 우리 같이 살아 보자. 죽지 말고 같이 토닥이며 살아 보자.
김현진의 말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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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베이비. 우린 살아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야.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살아 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거야. 계속 살아 있자. 그래도 삶은 계속되니까.
그거 견디고 살아 남으면, 베이비, 마음의 키는 더 자랄 거니까. 안 죽어. 안 죽는다고, 세 투트. Cest tout, 이게 다예요 울어도 괜찮아. 그러니, 얼마든지 사랑하고 얼마든지 실패하자. 안 죽는다. 코시 판 투테. cosi fan tutte, 이것이 여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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