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희
박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은희 _#박유리 _#한계레출판
.
.
✏부산의 형제복지원이 1975~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노숙자 등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학대를
가한 현대사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이다.
전국 최대 규모 3천명 중에는 일반 시민,
어린 아이들도 다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12년동안 513명이 죽었고 생존한
피해자들의 증언이 쏟아졌지만 가해자도 잘못한
사람도 없었다.
소설 속 인물 형제복지원을 운영했던 방인곤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2년 6월을 받았는데
이 형량은 실제 가해자인 박인근이 받은 형량이기도 하다.#🤬
.
.
소설 제목의 은희는 이미 죽은 자의 이름이다.
은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의 기억에 다가갈수록
참혹하고 비탄스러운 폭력의 현장에 들어서게
된다. 비단 은희의 죽음 뿐일까,
은희는 사망자와 생존 피해자 모두를 대변하는 이름이기도 하고 3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과거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의 이름이기도 하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2020년, 900일이 넘게
노숙농성을 이어간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의
노력으로 과거사법 개정안이 통과 되었다.
'미결'의 과제에서 이제 겨우 현재진행형의 발걸음을 뗀 것이다.
.
.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과거라고 불리는 기억을
상기시키고 잊혀지던 삶들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심연에 가라앉지 않도록 얇디 얇은 끈이라도 붙들고 있게 해준다.
잊지 않음으로써,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
.
🔖그들은 빈곤을 모아두면 풍요러워질 것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바퀴벌레와 쥐 퇴치 운동을 벌이듯이, 그렇게 우리는 청소됐다.p73
.
.
🔖몸에 밴 과거를 끊어낼 수 없다는 사실까지도.
유전보다 더한 것이 기억이고 습관이었다. p97
.
.
🔖시간 지나고 나면, 모르는 게 나을 수 있어.
진실이란 게 그래. 알면 알수록 괴롭고 귀찮아져.
네 나이때는 진실이 너를 치료할 거라고 착각할 수 있어. 젊을 때는. p129
.
.
🔖하늘이 사람의 시작을 내어놓는다면,
사람이 그 끝을 치러야 한다고.
그것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p145
.
.
🔖"죽는 게 더 나은게 뭔지, 아저씨는 겪어봤어요?"p149
.
.
🔖존엄한 삶은 인간이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살아본 적 없는 자들은 스스로 죽음으로 걸어가지만, 매일 죽음의 위협에
노출된 자들은 죽음으로부터 달아났다.p156
.
.
🔖여기서 사람으로 살 수 있어?
그 말이 귓전을 울렸습니다.
빨간 약도, 구타도, 감금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이곳의 소유가 아닌
나 자신이 되고 싶었습니다.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