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아파트 화재사건에서 언니는 유 원을11층에서 젖은 이불에 둘둘 말아 떨어트렸다.극적으로 유원을 살린 언니는 죽었고, 유 원을 온몸으로받아낸 신씨 아저씨는 오른쪽 다리뼈가 산산조각 났다...열여덟 살이 된 유 원.살아있는 것 자체가 매 순간 빚처럼 다가왔다.자신에게서 죽은 언니를 기억하고 또래 아이들의무조건적인 친절함과 "그래도 잘 컸네."를 칭찬으로 하는 어른들.그리고 원이의 숨통을 죄는 용감한 시민이자 금정동의 의인,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신씨 아저씨까지.그 모든 것들이 목숨 값이 되어 본능처럼 죄책감을 느낀다...수많은 시선들과 보이지 않는 말들을 거둬들이고 살 수없었던 하루하루들. 실수라곤 할 수 없고 안정된 성적과돌아오지 않는 언니의 십칠 년 일생까지 얹어 삶의무게는 무겁기만 하다...그러다 수현이라는 친구를 만나 작은 일탈을 경험하기도 하며'진심'이라는 마음을 주고받고, 높은 곳에 설 수 있는'용기'를 얻는다. '친구'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수현과 함께 유원은 윤리적 딜레마와 내면의 진심과소란스럽게 갈등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덤덤히 읽다가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진다.억눌렸던 감정이 조금씩 비집고 나와 결국 터져버린다. 어떤 말보다 그저 조용한 침묵으로 원이를 응원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일일 것이다...🔖아저씨가 내 주변을 맴돌며 우리를 착취하는 방식은누군가에게 전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특출하다. 그 근면함과 성의를 보면 아저씨의 마음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게 된다.끈기와 집요함은 어느 옛날 영화에서 본 섬뜩한 모성과도 닮은 것 같다. p42..🔖언니가 지겹다. p94..🔖사고가 없었다면.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실수를 두세 번 반복해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p100..🔖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가게 했다.그런 내가 너무 무거워서 휘청거릴 때마다 수현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