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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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아파트 화재사건에서 언니는 유 원을
11층에서 젖은 이불에 둘둘 말아 떨어트렸다.
극적으로 유원을 살린 언니는 죽었고, 유 원을 온몸으로
받아낸 신씨 아저씨는 오른쪽 다리뼈가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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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이 된 유 원.
살아있는 것 자체가 매 순간 빚처럼 다가왔다.
자신에게서 죽은 언니를 기억하고 또래 아이들의
무조건적인 친절함과 "그래도 잘 컸네."를 칭찬으로
하는 어른들.

그리고 원이의 숨통을 죄는 용감한 시민이자 금정동의
의인,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신씨 아저씨까지.
그 모든 것들이 목숨 값이 되어 본능처럼 죄책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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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선들과 보이지 않는 말들을 거둬들이고 살 수
없었던 하루하루들. 실수라곤 할 수 없고 안정된 성적과
돌아오지 않는 언니의 십칠 년 일생까지 얹어 삶의
무게는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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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수현이라는 친구를 만나 작은 일탈을 경험하기도
하며'진심'이라는 마음을 주고받고, 높은 곳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친구'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수현과 함께 유원은 윤리적 딜레마와 내면의 진심과
소란스럽게 갈등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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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히 읽다가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진다.
억눌렸던 감정이 조금씩 비집고 나와 결국 터져버린다.
어떤 말보다 그저 조용한 침묵으로 원이를 응원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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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내 주변을 맴돌며 우리를 착취하는 방식은
누군가에게 전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특출하다. 그 근면함과 성의를 보면 아저씨의 마음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끈기와 집요함은 어느 옛날 영화에서 본 섬뜩한 모성과도 닮은 것 같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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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지겹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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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없었다면.
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
실수를 두세 번 반복해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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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가게 했다.
그런 내가 너무 무거워서 휘청거릴 때마다 수현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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