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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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나도” 하고 네가 나에게 대답해주기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사랑한다는 너의 말에 단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대답해도 너에게 닿는 데 17분 44초가 걸리고 그 말에 대한 너의 대답이 돌아오는 데 또다시 17분 44초가 더 걸리는 지금의 이 거리를 두고 내가 가장 숨 막히는 게 뭔지 아니? 그건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갑갑함이야

-배명훈, 『청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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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는 연인에게 열두통의 편지를 쓴다. 서간문이 특징인만큼 애틋한 감정이 단연 돋보이는 이 소설의 장르는 무려 SF. 스케일이 가늠도 되지 않는 전쟁의 배경은 우주공간이다.

"한 떼의 별 무리"같은 함선들의 지난한 싸움은 소리도 없이 시공간을 초월한다. 작가는 이 소설로 과학 지식 습득을 만류했지만(ㅋㅋㅋ) 이야기 자체의 개연성을 이끄는 데에는 큰몫을 했다. 와중에 SF영화 한편이 펼쳐지는데 로맨스 한방울까지! 특히 결정적인 장면은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라는 한문장이었다. 현시점에는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린가 싶지만, 아니지 뜬 별 잡는 듯한 프로포즈 멘트라지만 180시간을 내달려야하는 장거리 연애는 그야말로 "같은 우주에 갇혀 사는데도" 전혀 다른 우주에 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 연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로 들렸다 . 어쩌면 미래의 어느날엔 이토록 낭만적인 프로포즈 멘트를 창조한 작가의 선구안에 감탄할 지구밖 생명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 출신의 '나'와 지구 출신인 연인의 반박자씩 엇갈리는 순간들이 안타까우면서도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사랑이 따뜻한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적재적소에 던지는 유머러스함이 더해져 더욱 매력적인 소설로 깊이 각인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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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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