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 속의 유령 암실문고
데리언 니 그리파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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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 여섯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중견 작가로 자리 잡은 데리언 니 그리파의 첫 산문집. 산문집이자 또 다른 아일랜드 시인의 전기로서의 역할도 한다. 내게는 모두 생경한 작가들이었다.

데리언에게 그 시는 막 열 한살이 된 몽상가 소녀에겐 강렬하게 다가온 애가, 또한 비극적인 로맨스의 시행詩行으로 다시 만난 청소년 시절만 해도 해석의 방식은 유치했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여성에게 전가된 노동으로 스스로를 지우는 행위가 되었을 땐 200여 년 전에 단 한편의 전설적인 시를 남기고 사라진 아일린 더브를 좇는 여정은 작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과 진배없다. 마치 날실과 씨실로 엮이며 직조되는 작업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주 느슨하고 어쩌면 엉성할 수 있지만 하나의 색으로 완성되는 "여성의 텍스트".

아트 올리어리의 아내 혹은 아일랜드 정치인 대니얼 오코넬의 고모로 남성들의 그림자 속에 위치한 아일린 더브를 오롯한 존재로 끌어내기. 자료들을 추적할수록 '남성들의 텍스트'를 하나씩 걷어내고 "보이지 않는 잉크로 암호처럼 적힌" 삶의 궤적을 발견한다. 한줄에 다른 한줄을 보태는 것은 아주 약한 심장박동처럼 희미하게나마 분명히 존재를 알리는 순간들로 각인된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3대에 걸친 추적에도 불구하고 아일린은 그녀의 아들이 직접 쓴 문서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토록 많은 빈틈들은 도무지 메울수가 없는 부분이다. 데리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지만 그 누구도 데리언만큼 아일린을 불러내진 못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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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의 시의 제목은 「아트 올리어리를 위한 애가」 첫눈에 반한 아트와 결혼하기 위해 가족을 떠난 일부터, 아트가 죽은 장소에게 그의 피를 마시는 모습, 또 그후의 감정들이 묘사되어 있다. 책의 말미에 한국어-영어-아일랜드어로 번역된 시의 전문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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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ulyoo

#목구멍속의유령
데리언 니 그리파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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