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테리 이글턴 지음, 정영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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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위대한 평론가의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문학과 정치, 철학과 연극 등을 총망라한
비극 탐구
테리 이글턴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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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보편적이라고 하는데, 이 말의 일상적인 의미를 염두에 둔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진실이라 할 수 있다. 아이의 죽음, 광산의 참사, 인간 정신의 점진적 붕괴를 슬퍼하는 것은 어떤 특정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슬픔과 절망은 공통어를 이룬다. 그러나 예술적 의미의 비극은 매우 구체적 사건이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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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이자 문학 평론가인 테리 이글턴의 비극 탐구.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비극이 아닌 예술이 갖는 비극의 의미를 파고든다. 철학자와 비평가, 문학작품들이 말하는 비극은 그동안 1차원적 접근으로 가능했던 비극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고통과 절망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면 예술이라는 범주 안에서 많은 작품과 인물들이 인용되는데 역시나 반은 알고 반은 모르겠어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이 설명되는 가운데 한가지 분명한 건 모두 비극과 연결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건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은 주인공 요소를 두루두루 갖춘 영웅이나 특정인물로 대표되었다면 근대에 들어서는 개인이 주체가 되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근대성은 비극을 망치기는커녕 생명을 새로 연장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p43 이 문장은 책에서 첫번째로 등장했던 질문, '비극은 죽었는가'에 대한 적절한 답을 제시해준 듯했다. 시대에 따라 비극의 면모는 다를지언정 죽지않고 어떻게든 연장될 뿐이라고. 이를 뒷받침 하듯이 "희극과 비극 양쪽 모두 오랜 원천은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 가운데 누구든 욕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그래서 비극은 예술에 의해 구체적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개인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도 같다. 타자에 의해서든 간에, 자기가 주체가 되든 간에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문학작품속 비평으로 편하게 읽기 시작했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철학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난해하고 모호한 와중에 묵직한 질문도 깊이 박힌다. 아마도 비극은 개인의 일상에서도 넓게는 인간사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여태 나는 남의 일로만 치부했으니까 더더욱;). 따져보면 그건 곧 나를 투영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받았던 경험으로 알게된 새로운 사실인 거 같다. 이게 또 묘~하게 위로가 된단 말이지. 옮긴이의 말중에서 그땐 몰랐고 지금은 무슨 말인 줄 알아듣는 문장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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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극』은 여든에 다가선 노비평가가 평생 숙고해온 비극의 틀에 기대 자신이 살고 경험한 이 세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감당하고 견디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게 매우 추상적이고 딱딱하고 까다로운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그 자신의 상처가 아무는 법이 없는, 타인의 상처에 같이 아파하는 내밀한 속내가 은근히 드러난다. 아마도 그런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것이 굳어 글의 결정체를 이루면서 이런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들을 한 줄 한 줄 음미하다 보면, 문득 이게 혹시 '위로할 수 없는 자'를 위로하려고 쓴 책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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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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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_테리이글턴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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