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작업』-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정서경 외 / #돌고래..🔖어떤 일을 하든 간에 돌봄과의 일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찾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도달 불가능한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더 진한 농도의 정성으로 아이를 돌보고 싶은 일상적인 충동을 억누르며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일하는 법을 깨쳐간다. 걸핏하면 불쑥 고개를 들어 나를 좀먹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간다. 밥을 지으면서도 글을 지을 수 있음을, 돌봄의 영역 바깥에서 나를 실현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 아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p146..📖사실 나는 육아 10년차이면서도 책에 딱히 큰 관심이 없었다. 다양한 직군의 여성들이 "나는 일하면서 이렇게 아이를 키웠다."라는 선입견이 있기도 했고 에세이를 빙자한(?) 육아서에 가깝게 느꼈기 때문이다. 또 자격지심이겠지만 이들의 이력만 보더라도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엄마'만'된 듯했기에 애써 피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무튼 자격지심+육아서라는 오해는 북스타그램 피드들을 표류하다가 만난 몇몇 문장들에 의해 금이 간다. 🔖나는 언제가부터 이분법적인 구분과 판단만으로는 어떤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문제를 분석하는 단계까지는 괜찮은데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선 이분법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 되곤 한다. 만약 내 삶이 불균형하다면 균형과 불균형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보는 것으로 문제 자체를 비틀어버리면 어떨까. 그 두 갈래의 구조를 뒤흔드는 방식으로 문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p128..몇페이지의 누구의 글인지도 모르고 냅다 필사부터 해놓고 여러번 정독했다. 현재 내게 필요한 말이었고 "문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비틀어진 사이로 틈새가 생기더니 오히려 숨구멍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성급한 판단은 내려놓고 일단 이 책을 읽어나보자 싶었던 것이다. 마침 사회과학 읽는 독서모임을 꾸리던 중이라 1월의 책으로 선정할 타이밍도 좋았고.결론적으로는 돌봄이라는 행위가 특히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말하는 양육이 매우 보편적인 것에 해당한다면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여건은 상이하다는 것을 구분해서 읽었다. 일부러 의식한 건 아닌데 읽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그러니까 같은 여성이라 하더라도 저자들과 나의 정서적/개인사적 교집합의 영역은 좁을 수밖에 없고 돌봄 자체의 가치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소위 알파걸의 '작업' 성과를 드높이며 이것을 마치 '기본값'처럼 당연시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대신 양육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적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면 과학기술자 임소연님이 말했 듯이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이해"가 가능한 성숙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희망사항이다...양육 10년차, 여전히 유리멘탈에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게 일상다반사지만 이들처럼 내안에 중심축 하나는 뿌리 깊고 단단하게 심어둬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최근에는 단톡방에서 독서모임 《독사과》 회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나에겐 모두가 존경스런 스승이고 선배이며 책벗이 되어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서 가장 큰 수확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매일이 배움이고 위안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돌봄과작업#돌봄과작업_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