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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인터뷰집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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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교가 더 우위에 있거나 강력한 게 아니라 식물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자랄 뿐이다. 공동체와 개개인의 치유를 위해 애쓰는 샤먼들의 예술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발 딛고 선 땅은 모두 달라도, 같은 하늘 아래 모든 문화와 만물이 신령스러우니까.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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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교를 끌어안는 짬뽕 무당이자 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지향 무당" 3년차 홍칼리가 만난 여섯 무당과의 인터뷰집. 저자의 이력도 이력이지만 이미 지은 책도 여럿 있었다. 한가지 더, 홍승은 작가님과는 자매지간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고. 이래저래 신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독감으로 끙끙 앓는 남편 옆에서 이 책을 들이대며 내가 이제부터 무당에 관한 책을 읽겠다고 했다. 남편은 평소 신년점도 한번 안 보고 무당집 근처에도 안 가던 네가?라고 물었고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 내 안에 선입견이나 편견을 좀 깨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무당.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는 이미지는 짙은 화장에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방울을 흔드는, 근엄한 중년의 여성이다.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점치고, 부적을 쓰거나 굿판을 벌리고, 때론 드라마나 영화에서 소비되는 것처럼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직종.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이 책에서 그런 이미지는커녕 새로운 무당의 모습들을 보았다. 일단 부제가 말하듯, "함께 우는 존재"라는 소개에 갸우뚱했다. 같이 울던가(나는 모르지)? 맞다. 같이 운다. 점사를 치는 게 주가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같이 고민하고 자신을 비워가며 타인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 게다가 아예 점사를 치지 않는 무당도 있었다. 신내림과 함께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처럼 오해했으나 그들도 만물을 위한 기도와 "소수자 운동, 사회정의 관련 공부도" 꾸준히 한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저항과 연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 세계는 여전히 내게 생경하다. 하지만 무당이자 예술가이고, 활동가인 다채로운 모습들은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폭을 넓혀주었다. 덕분에 "성별, 장애 유무, 경력, 학력,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소수자성을 가진 무당을" 인터뷰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졌던 선입견은 비로소 와장창 깨질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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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존재 이유는, 그들이 한을 푸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우는 일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함께 울 일이 없어지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사회가 쉽게 오지는 않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계속해서 함께 우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면, 저는 그런 무당이 되고 싶어요. p82
🔖하지만 무당이 하는 일의 핵심은 개인의 과거와 미래를 맞히는 데 있지 않다. 무당은 세상의 좁은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사연에 담긴 고통을 주워 담아 한을 푸는 존재, 소음처럼 들리는 말들을 한데 모아 위로하는 존재다. 무당의 영험함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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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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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만나러갑니다
#하니포터5기_무당을만나러갑니다